교사가 되려는 모든 지망생들이 처음 들어야 하는 과목중에 특수교육 개론이 있는데 캘리포니아에서 교사가 되려면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 과정에서 자격증을 획득해야 하니 교사자격과정 학생의 평균연령은 30세 전후가 된다. 대학도 나왔고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한 사람들이니 눈에 보이는 지체장애나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은 학습장애의 경우이다. 특수교육개론 수업 중에 학습장애의 특성과 평가에 대한 강의를 하고나면 늘 1~2명이 스스로 학습장애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학습장애는 이렇게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학습장애가 있다고 해도 대학공부를 못하거나 사회생활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습장애가 있는지 모르고 지나갈 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쌓여 대학공부도 못하고 사회적응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습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흔히 “능력은 있는데 노력을 하지않는 아이”라거나 “조금 정신집중만 하면 될 아이” 혹은 “공부를 하라고 하면 흥미가 없어하는 아이”로 보인다. 학습장애가 특수교육의 대상 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읽기 능력이 뒤떨어진다.
1980년대 초에 처음 학습장애를 발굴하고 정의했을 때는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셈학기, 그리고 생각하는 능력 등에 어려움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하여 시각적 자극을 뇌에 전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문제로 인해 생긴다고 보았다.
쉽게 생각해서 어린 아동이 신발의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지 못하고 바꾸어 신는 것은 바로 시각적 자극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학습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글씨를 보거나 말을 들었을 때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왜곡하게 되어 학습에 지장을 받는다.
그 후 학습장애 교육을 지원하는 예산이 많아지자 신경계의 이상과는 관계없이 지능이 떨어지거나 환경적 영향 등으로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까지 모두 학습장애로 분류하기 시작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학습장애의 정의는 “정상적인 일반지능을 가지고 있으나 학업성취가 2년 정도 뒤지는 학생”으로 바뀌었고 일반 학급에서 학습이 떨어지는 아동이 학습장애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요즘 새로운 정의가 대두되고 있는데 “효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읽기 수업을 받고도 나아지지 않는 아동”을 학습장애로 하자는 이론이다.
학습장애의 정의가 이렇게 시신경과 청신경의 인지과정의 문제로 일어나는 장애라는 것에서 벗어나 학습이 뒤지는 아동들의 문제로 엇나가며 인지능력에 문제가 없이 감각장애로 인해 읽기나 듣기에 어려움을 가진 진짜 학습장애 아동들을 위한 교육방법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학습장애라는 호칭으로 특수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학습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들을 위한 방법을 알아서 부모와 자녀가 노력을 하면 학습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습장애로 의심이 되는 아동들의 특성을 보면 우선 눈과 손의 협응이 잘 안 되고, 걷고 뛰고 움직이는데 잘 넘어지고 부딪치는 등 운동감각이 떨어지며 옷을 입는 것도 허술하고 쓰고 그리는 것을 싫어한다.
말하는 특징으로는 사용하는 어휘력이 동갑내기보다 떨어지고 상황기술이나 들은 것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주의집중을 못한다. 비슷해 보이는 단어나 숫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보고 쓰기를 잘 하지 못하며 세부적인 상황에 관찰력이 부족한 현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학습장애의 특징이 보이는 아동에게 게으르다거나 열심히 하지 않고 정신을 팔고 다닌다는 말로 야단을 치기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스스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김효선
<칼스테이트 LA특수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