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세기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Elisabeth Taylor)가 세상을 떠났다. 필자가 고등학생 때 보았던 영화 ‘젊은이의 양지’에 나왔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정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향년 79세,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닌데 사인은 심부전이라고 했다.
심부전은 영어로 ‘Congestive Heart Failure’라고 한다(정확히는 ‘울혈성 심부전’이라고 해야 맞다). ‘심부전’(心不全)을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심장이 온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심장의 펌프작용이 저하되어 필요한 양의 혈액을 신체의 각 기관에 내보내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 심장이 왜 온전하지 않은 걸까?
많은 심장질환들이 심장의 수축능력과 이완능력에 장애를 일으켜 심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심부전은 보통 수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되며 심장이 점차 펌프작용의 능력을 잃게 된다.
심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이다. 즉, 치료가 잘 안된 고혈압이 점차로 심장에 부담을 주어서 계속 심장이 무리하다가 나중에는 그 펌프 기능을 잃게 된다.
비유를 들자면 여러분들이 볼펜을 열어보면 그 안에 작은 용수철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 용수철을 조금만 당겨보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용수철을 있는 힘을 다해 길게 쭉 늘이면 이 용수철은 돌아가는 복원력을 잃고 그대로 늘어져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심장도 이와 같다. 고혈압을 잘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이 결국 복원력을 잃고 축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심장의 좌심실이 펌프질을 못하므로 피가 폐에 고여서, 숨이 차고 그렁그렁 소리가 난다. 다리가 붓기 시작하다가 배에 복수가 찬다. 쉬 피로해지며 조금만 운동을 해도 숨이 차고, 심해지면 누워 있을 때에도 숨이 차서 앉아서 잠을 청해야 한다.
심부전의 원인은 고혈압 외에도 빈혈, 심장의 감염, 약물, 심근경색, 부정맥, 심장 판막이상 등등이다.
치료는 약물요법으로 하는데 이뇨제,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억제제 등을 쓰는데 내과 의사 선생님과 잘 상의해야 한다. 또 저염식을 해야 하며, 고혈압, 당뇨병, 고 콜레스테롤 등을 잘 조절해야 하고, 담배는 절대 끊어야 한다(그래도 조절 안 되는 마지막 경우는 심장이식을 고려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고혈압이 그 자체로는 아무 증세도 없지만, 반드시 잘 치료해야 나중에 심부전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혈압 약을 생명 약처럼 고맙게 여겨야 할 것이다.
문의(213)480-7770
차민영<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