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전 대륙이 제2차 세계대전의 피 비린내 나는 살육의 불길 속에 싸여 있을 때, 안일하고 태평스러운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난데없이 재빠른 비행기의 편대가 나타났다. 시가 상공을 배회하며 누비던 비행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얀 쪽지를 하늘에 날리고, 수평선 넘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온 시민들은 갑자기 뿌려진 쪽지를 들고 우왕좌왕 방황하기 시작했다.
사실인즉 조그마한 종이쪽지는 미 공군에 의한 것이었으며 다음과 같은 경고의 글이 실려 있었다. “히로시마 시민들에게 경고한다! 모든 시민은 8월6일 아침 10시 이전까지 반경 50km 밖으로 대피하라.” 먹고 마시며 무사 안일했던 수십만의 시민들은 영문 모를 경고장에 대하여 어떤 이는 “이것은 공갈이다” 또는 “거짓말이다” “그때 가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등 무서운 경고를 받고도 꼼짝달싹하지 않았다.
그 중 소수의 무리만이 급히 가산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정든 히로시마를 눈물과 함께 작별하고 도피했다. 그 후 경고대로 그 날이 다가왔다. 1945년 8월6일 아침, 10시15분이 되자 빠르게 다가오는 비행기가 있었다. 다가온 비행기는 두어 번 히로시마 상공을 휘젓더니 검은색 물체를 떨어뜨렸다. 순간 폭음과 함께 죽음의 시커먼 구름이 온 시가지를 흔들었다.
죽음과 저주로 변한 히로시마… 마지막 경고까지 무시했던 그들의 대가는 30여만명의 생명과 재산이었다.지금도 여러 경고에 대하여 무감각해져 있는 모습들을 발견한다.
표시나지 않게 야금야금 올라가던 물가가 요즘은 확연하게 오른 것을 실감한다. 최근 몇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주택가격은 이제 거품이 조금씩 빠지고 있고 많은 주택들이 매물로, 차압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불확실한 시대, 돈이 많이 드는 시대, 또는 돈이 많아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분양만 받으면 집값이 올라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이런 현상을 만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한 오르락내리락 하며 매일 매일 출퇴근 자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는 개스값 역시 놀라울 정도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역시 몇년 전보다 훌쩍 올라버린 개스값이 쉬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렇듯 여러 가지 경제지표가 뭔가 불안한 모습에 무엇보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사람들 스스로의 ‘정신적 인플레이션’이다. 경제학적인 의미로 인플레이션이란 돈의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뜻하지만 몇년 전 부동산 붐이 일어났을 때 여러 경제학자들이 정신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했듯 우리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일어났던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더 심한 소용돌이를 하고 있다.
부동산의 오름세로 인해 무엇보다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대해 과신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우선 저금보다는 지출이 늘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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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혜 린 <시그네처 리소스 파이낸셜 어드바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