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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칼럼/ “다시 쓰는 카리스마 리더십(11)프레이밍 효과”

2011-03-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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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초대형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강타한 이후 야기된 리더십의 혼란은 국부적 천재(天災)를 총체적 인재(人災)로 증폭시켰다. 사건 초기의 진상을 축소, 은폐하려는 소극적 리더십이 체르노빌 사고보다 더 큰 재앙으로 키워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65년 전 히로시마 원폭을 경험했던 일본 국민은 방사선 공포로 다시 떨고 있다. 왜 도쿄전력 CEO와 일본 정치인들의 축소, 은폐 중심의 리더십이 문제가 되었는가. 경제행동원리인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를 알고 나면 궁금증이 풀린다. ”프레이밍 효과“란 무엇인가. 다양한 지식과 정보로 무장한 현대인이 굉장히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것 같아도 막상 무엇을 결정할 때에는 냉철한 합리적 기준에 따르지 않고, 손실을 기피하는 이기주의적 프레이밍(framing)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프레이밍 효과“라고 한다. 그래서 무엇을 프레이밍 한다고 할 때, 거기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당신의 뇌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의사가 수술을 권한다고 가정해 보라. 당연히 생존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다. 담당 의사가 “이 수술을 받은 사람 1000명 가운데 900명이 5년 후에도 살아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당연히 수술을 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반면에 의사가 다른 방식으로 프레이밍 하면서 “이 수술을 받은 사람 1,000명 가운데 100명이 5년 이내에 사망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당신은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죽었구
나... 나도 수술 받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리고 수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동일한 내용의 사실이라 할지라도 어떤 관점에서 틀(frame)을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선택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프레이밍 효과”다. 이 이론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 처음으로 제창하여 유명해졌다. 카너먼은 “프레이밍 효과”를 통하여 일반 사람들이 작은 손익 계산 앞에서 얼마나 무모할 정도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계량적으로 밝혀내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쉽게 설명해 보자. 어떤 사람이 1만원 하는 책을 한 푼 이라도 아껴보려는 요량으로 30분을 걸어가 10% 할인한 가격에 샀다. 그리고 같은 날 10만원 하는 구두를 정가대로 샀다. 똑같이 30분만 걸어가면 1,000원을 싸게 살 수 있었지만 기껏 1% 할인 받으러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보라. 사람들이 얼마나 작은 손익 계산 앞에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더 나아가서 자신이 겪어야 할 작은 손실 앞에서 얼마나 비논리적인가.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한 지난 11일 후쿠시마 1호 원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때 도쿄전력 CEO는 “별일 아니다. 아무 문제없다. 현재로선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상황을 축소했다. 12일 1호기 수소이후 에는 “오늘 대규모 폭발이 있었으나 격납용기는 어떤 손상도 입지 않았다.“라고 은폐했다. 13일 3호기 폭발 후 ”격납용기는 안전하다. 방사능 대량 유출은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호도했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14일에 와서야 ”원자로 1,2,3호기의 연료봉이 모두 녹았을 수 있다.“라고 실수를 시인했다.

도쿄전력 CEO 리더십의 문제가 무엇인가. 사건의 진상을 은폐, 축소한 채, 낙관적 정보를 계속 내놓으므로 국민들이 그것을 믿고 안심하도록 유도한 점이다. 이것을 “부정적 프레이밍”이라고 한다. 부정적 프레이밍은 잘못된 기대와 선택을 갖도록 유인하는 힘이 있다. 그 결과 리더를 불신하게 만들고 총체적 위기가 조성된다. 이런 일이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부정적 프레이밍을 항상 경계하라. 긍정적 프레이밍 전략을 심도 있게 제시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도덕적, 영적 역량을 갖춰라. 성경을 정독하고 묵상하라.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원하는 당신에게 성경은 훌륭한 프레이밍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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