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명치통증을 가진 담낭염 환자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비슷한 증상을 가진 췌장염 소개하겠다. 한국 분들 중에는 “좀 더 보다가 안 되면 그때 하지요” 하는 분들이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병을 다스리는 데에는 빠른 진단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시길 바란다.
2주 전에 75세 된 남자 환자가 그 전날부터 하루 종일 명치가 쑤시는 듯이 아프고, 밤새 계속 토했다고 했다. 너무 명치부위가 아파서 새벽부터 병원 앞에 와서 기다렸다고 한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고, 혈압은 150/100정도로 약간 상승되어 있었다. 온 몸에서 차가운 식은땀이 나면서 ‘위경련’이 멎도록 빨리 진통제 주사를 놓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환자에게 일단 협심증 등 심장병이 아닌지 확인하고 주사를 주겠다고 안심시켰다.
심전도 결과, 협심증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전에 쓴 글에서도 여러 번 밝혔듯이, 협심증 통증은 전형적인 부위인 앞가슴이 아닌 명치 부위에서 생기는 수가 종종 있는데, 체했다고 잘 못 생각하는 케이스가 간혹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그래서 PPI 계통의 위장약과 위장 진통제를 먹였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환자에게 아마도 원인은 위경련이 아니라, 췌장염이나 담석증, 담낭염 등 다른 질환일 것이라는 것을 설득해 급히 복부 초음파를 찍었다. 예상대로 췌장이 크게 부었다는 것을 알아내고, ‘급성 췌장염’(Acute Pancreatitis) 진단을 붙여 인근 병원에 입원시켰다.
급성 췌장염은 보통은 술을 폭음했거나 담석증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데, 가끔 특별한 이유가 없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할 정도로 통증이 극심한 급성 췌장염은 합병증이 많아서, 입원시켜서 잘 치료하지 않으면 대단히 위험한 병이다.
지난주에는 명치 통증을 가진 비슷한 증세의 남자가 ‘담낭염’이라는 것을 지면에 실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증세의 남자가 ‘췌장염’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똑같은 증세라고 하더라도 병명은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많은 환자들이 비용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하지 않고 병명을 알고 싶어 하는데 의사들도 복부 초음파나 위 내시경 등의 검사를 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진단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차민영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