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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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 통증 - 담낭염 케이스

2011-02-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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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일이다. 60세 된 남자 환자가 명치부위(epigastric area)를 꽉 붙잡고서 아침 일찍 찾아 왔다. 밤새 ‘위경련’이 나 도저히 잠을 못 잤다고 한다. 저녁 때 뭔가 잘못 먹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명치부위가 너무 아파지면서 메스껍고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데 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 개스는 많으나 설사는 안 나온다고 했다.

대부분 환자들은 명치부위가 아프면 거의 다가 ‘체했다’ ‘위경련’이라고 자가 진단한다. 그리고 집에서 바늘로 손을 따든가, 병원에 와서 빨리 체한 것 낫는 주사를 놓아달라고 의사 선생님에게 부탁한다.

그런데 위장병(위경련) 말고도 많은 다른 병들이 명치부위를 아프게 한다. 예를 들면 담석증, 담낭염 같은 담관질환, 췌장염 같은 췌장질환, 또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 복부혈관질환, 지난주에 말한 맹장염 초기 증세 등등이 있다.
그래서 심전도를 찍어 협심증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초음파를 실시한 결과, 담낭에 돌이 몇 개 있는 담석증이 있으며 담낭이 부어 있는 담낭염으로 진행된 것이 발견되었다. 급히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켜 외과적 수술을 의뢰하여, 담낭 절제술로 환자를 살려내었다.


급성 담낭염(Acute Cholecystitis)은 보통 담석증을 가진 환자에게서 생기는데, 담석이 담관을 통해 빠져나가다가 좁은 부위에서 걸리면 그 부위가 염증이 되고 담낭 전체로 염증이 급속히 퍼지면서 열이 나면서 오른쪽 상복부가 아프게 된다.

대부분 대장균이나 ‘Klebsiella’ 등 장내 세균이 원인균이다. 드물게 이 환자와 같이 오른쪽 상복부가 아닌 가운데 명치가 아플 수도 있고 열이 미미한 경우도 있어서 의사들도 초기에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진단은 초음파로 쉽게 내린다. 치료는 꼭 입원시켜서 항생제로 염증을 가라앉히는데 합병증이 동반되기도 하므로 대부분 수술로 담낭을 절제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담낭이 터지면서 복막염이 되어 대단히 위험해진다. 더 진행되면 패혈증(Sepsis)으로 발전되어 사망할 수도 있다.

여기서 보듯이 명치부위가 심하게 아프면 다 체했다든가 위경련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꼭 병원을 찾아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기를 당부한다.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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