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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칼럼 “다시 쓰는 카리스마 리더십(3)必死則生”

2011-01-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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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살기를 작정하고 싸우면 죽는다."는 뜻이다. 임진왜란의 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의 말이다. 이순신은 불과 12척의 판옥선을 가지고 330척의 거대한 함대를 거느린 왜군과 명량해협에서 맞설 때, “필사즉생, 필생즉사“와 ”일자진(一字陣)을 펼쳐라!“라는 말로 두려워하는 부하들의 혼을 깨워 절대 불리한 명량해전을 대승으로 이끌었다.

카리스마 리더십의 요건이 무엇인가. 첫째는 어느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이고, 둘째는 탁월한 전략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말에는 목숨을 거는 담대함 서려있고, “일자진(一字陣)를 펼쳐라”는 말 안에는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 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이순신의 탁월한 전략이 숨어 있다. 이순신을 생각하면 구약 성경에 나오는 모세가 떠오른다. 이 두 사람은 하늘의 도움을 받는 카리스마 리더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그 당시 이순신은 항명죄로 투옥되어 두 달 동안 무서운 심문을 받다가 거의 죽을 뻔 했다. 그때 스승 류성룡의 도움으로 간신히 옥에서 풀려나와 빈 몸을 이끌고 백의종군하고 있었다. 그 즈음에 원균이 이끄는 조선 함대가 칠천량 앞바다에서 정유재란을 일으켜 재침한 왜군 함대에게 대패하는 일이 생겼다. 마음에 다급해진 선조는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을 다시 불러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한 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라고 명했다. 참으로 무능한 임금과 유능한 장수의 만남이다.

이순신이 남이 있는 12척의 배를 이끌고 330척의 거대한 왜적 함대와 대결할 때 결전의 장소로 택한 곳은 율돌목이라는 별명을 가진 명량해협이었다. 문자 그대로 율돌목은 지형이 험하기로 유명하다. 폭이 120 미터밖에 안 되는 협곡인데다 하루에 조류가 네 번이나 바뀌고 밀물과 썰물의 편차가 커서 물살은 무섭게 거셌다. 이순신이 이곳을 결전지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순류와 역류를 수없이 반복하는 거칠고 변화무쌍한 물결 속에서 작은 자의 약점을 보안하고 대형 함대를 유린, 격파하려는 고도의 전략 때문이다. 그 전략을 “일자진(一字陣)” 이라고 부른다. 330척의 거대한 함대를 거느리고 명량 해협에 나타난 왜군은 사기가 충천하였고 불과 12척의 판옥선을 가진 조선 수군은 잔득 움치려 떨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편이었다. 때마침 보름이라 월력의 영향을 받은 명량의 물결은 더욱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왜군은 기세등등하여 화포를 쏘며 한 겹 횡대 일자진으로 서있는 이순신 함대를 향해 벌떼처럼 단숨에 달려들었다.


바로 그 때였다. 서쪽으로 흐르던 물살이 갑자기 큰 갈기를 세우더니 “우웅-, 우우-” 소리를 내면서 방향을 바꾸어 동쪽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곧이어 적의 배들이 서로 부딪쳐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기충천한 조선 수군들은 빗발치듯 화포와 화살을 쏘아 부었고 놀란 적은 서로 엉켜 부딪치며 자멸하고 말았다. 아직도 무서운 갈기를 세우고 역류하고 있는 성난 물결을 바라보며 이순신은 조용히 혼자 말했다. “하늘이 우리를 도우셨다.”

이순신과 출애굽의 영웅 모세, 이 두 사람은 하늘의 도움을 받는 카리스마 리더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카리스마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첫째, 작다고 큰 자에게 주눅 들지 않는 것이다. 둘째, 아무도 따라 올 수 없는 탁월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셋째, 최선을 다한 후에 하늘의 도움을 앙망하는 것이다.

후진타오가 미국에서 큰 소리를 쳤다고 한다. 17억 인구를 믿고 그런 것이다. 이 소리를 듣고 우리가 주눅이 들거나 메뚜기처럼 작아져선 안 된다. 우리에겐 우주의 주인이며 인류역사의 주장자이신 하나님이 있지 않은가. 당신은 리더인가. 홍해의 기적을 체험했던 모세와 명량대첩의 주인공 이순신의 정신을 이어받는 진정한 카리스마 리더가 되라. 율돌목 같이 요동치는 21세기
는 그런 리더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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