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주 카페

2011-01-1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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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에 5년 만에 귀국했을 때였다. 여러 번 서울 방문 때 내가 살던 곳의 자료를 수집해보려고 시도했으나 같이 간 일행도 있고 자동차로 다니니 수월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하루 4~5시간씩 걸어 다니며 기억에만 있던 서울 거리를 보게 된 것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다.

걸어 다니니 눈에 자주 뜨이는 곳이 ‘사주 카페’라는 곳이다. 녹차도 즐기며 쉬어 가라고 선전도 한다. 몇 번 지나치다 궁금하기도 하여 마음먹고 한곳에 가니 추석 연휴라 문을 닫는다는 표지가 붙어있었다. 자세히 안내판을 보니 사주보는 곳이었다.

우리 자랄 때 시장 바닥에 멍석을 펴놓고 장보는 아낙네들에게 인생 상담도 하고 하던 그런 곳이었다. 어려운 시대를 살던 우리에게 마음의 위로를 주기도 한 생활의 일부였다. 돈이 넉넉한 사람들은 용하다는 곳을 찾아 자녀들의 혼사나 사업의 성패를 상담하고 정치인들은 그들의 정치 생명도 점치러 자주 찾아 다녔다. 어떤 곳은 자가용차들이 길을 메울 만큼 잘되는 곳도 있었다.


살기가 어려울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세계적으로 경제대국에 접어든 나라에서 아직도 그런 곳이 성행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름은 달라졌지만 50년대의 향수를 느끼게도 했다.

장래를 알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일 테고 양의 동서가 다르지 않은가보다. 미국 도시 후미진 곳에 포춘 텔러나 패를 갖고 점을 봐주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그저 그런 곳이 있는가 보다 했는데 근래 경제사정이 악화 되며 이의 이용도가 높아졌다는 특집 신문기사가 났다.

살기 힘들 때 마음을 호소하고 의지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참 어렵게 살아온 지난 몇 년이었다. 집 차압은 다반사이고 실직을 하거나 사업 실패 등 끊임없는 일들이 우리를 괴롭게 했다.

특집 기사에 나온 한 백인 여성은 경제가 어려워지자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얼마 후에 남편한테 이혼을 당했는가 하면 중병에 걸리기도 했다. 미국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 에 걸렸는가 보다. 일이 안되려면 한꺼번에 불행이 닥친다는 그런 표현이다. 여러 군데 도움을 청하다가 인터넷을 통하여 ‘점쟁이’를 알게 되고 그가 권유하는 부적과 상품을 사용하니 신기하게도 직장을 다시 찾고 건강도 회복했다는 기사였다. 그 여성은 그 이후 정기적으로 그로부터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

주위가 어려우니 장래를 점치는 사업이 성업 중인가 보다. 더구나 인터넷 매체가 예전에는 꺼리던 일도 쉽게 할 수 있게 한다. 전에는 주위 눈치가 보여 쉽게 갈수 없는 곳이었다.

이런 일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미주 한인사회에도 용하게 점을 본다는 사람들이 있어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런 사람들 중에 기독교 신자들도 많다 하니 놀랍다.

사주를 본다는 자체의 잘잘못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니다. 샤머니즘에 익숙한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는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오래 몸에 밴 습관에 연유를 둔 고향을 찾는 그런 마음일 것이다.


다시 서울을 찾게 되면 지난번 가보지 못한 사주 카페에 가서 전통차도 즐기며 내 인생 풀이도 듣고 싶다. 그리고 6.25 전쟁 때 동대문 시장바닥에서 공짜로 본 사주팔자와 비교도 해야겠다. 어려서는 고생을 하겠지만 커서는 잘되겠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데 당시에 그런 처지를 당한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겠고 전쟁직후 어려운 상황에서 그 이외의 다른 말로는 마음의 상처를 위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주팔자 보는 집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었을 것이고 지금도 그런가 보다.


이종혁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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