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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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 없는 환자(2)

2010-12-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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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건강

몇 년 전 일이다.
21세 된 남자 환자가 감기치료를 하러 왔는데 우연히 잰 혈압이 무려 180/110 정도로 아주 높게 나왔다. 30분 후 다시 잰 혈압은 190/120으로 더 높게 나왔다.

이 환자는 두통이나 뒷골이 당긴다던가 하는 증세는 전혀 없었다(원래가 고혈압은 그 자체로는 증세가 없다. 그래서 고혈압의 별명이 ‘침묵의 살인자’인 것이다).

환자의 고혈압을 처음 발견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축기 혈압이 160 이상인 경우는 반드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서 환자에게 고혈압과 치료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한 후 Norvasc(Amlodipine) 5mg을 사용하여 수축기 혈압을 150 정도로 떨어뜨린 후 1주일 동안 복용할 약 샘플을 주어서 집으로 귀가시키고 1주일 후 다시 병원을 찾아와 혈압을 재보고 혈압 약을 조정하자고 하였다(수축기 혈압을 140이하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1시간 후 환자의 아버지 되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큰 소리로 항의를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니, 아무 증세도 없는, 그것도 어린아이에게 혈압 약을 주시면 어떡하십니까?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라면서 막무가내로 대들기에 차분히 설명해 드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 보호자에게 무려 30분이 넘도록 “고혈압은 원래 증세도 없으며 치료를 하지 않으면 급속도로 동맥경화증이 진행되어서 젊은 나이에도 협심증이나 뇌졸중이 올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20대 초반이 아니라 더 어리더라도 꼭 혈압 약을 복용해야 한다. 20세면 어린아이도 아니며 실제로 소아과에서는 훨씬 어린 나이에서도 너무 혈압이 높으면 혈압 약을 복용시킨다”는 것을 설명하여 겨우 설득시켰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이 분과 같이 고혈압에 대해 잘 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리라 믿는다. 이 기회에 꼭 정확한 지식을 가지기를 바란다.


(213)480-7770 차민영<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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