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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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칼럼 “탁월한 코칭 리더가 되라(53)기준”

2010-10-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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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바다를 전속력으로 항해하는 큰 배가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다른 배의 불빛을 발견하였다. 큰 배에서 다른 배에게 먼저 긴급 신호를 보냈다. “지금 즉시 진로를 남쪽으로 20도 바꾸라.“ 상대방 배에서 이런 회신이 왔다. ”그쪽에서 즉각 진로를 북쪽으로 20도 바꾸시오.“
큰 배의 선장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령관이다. 즉시 진로를 남쪽으로 바꾸라.“ 거기에 대한 답신은 이랬다. ”나는 일급 항해사요. 당신이 진로를 북으로 바꾸시오.“ 사령관은 있는 대로 화가 나서 다시 신호를 보냈다.
”다시 말하건대 진로를 남쪽으로 바꾸라. 아니면 발포하겠다. 나는 군함에 타고 있다.“

다시 답이 왔다. “나도 다시 한 번 말하건대 당신이 진로를 북으로 바꾸시오. 나는 등대에 있소!” 이 이야기는 절대적 기준의 수용을 거부하고 자신이 정해 놓은 편리한 기준에 따라 살아가기를 고집하는 현대인의 이기적 상대주의를 풍자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포스트 모던니즘(Post-Modernism)이 낳은 이기적 상대주의의 만연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이기적 상대주의의 병폐가 제일 심한 곳은 정치권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리더들은 도무지 기준과 규범 없이 살아가는 듯하다. 필요에 따라 얼마나 말과 행동을 잘 바꾸는지 마치 파충류의 변색 본능을 보는 것 같다.

언뜻 보기에는 상대주의가 자유로운 변화를 보장해 주는 유연한 시스템 같이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 반대다. 그 증거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면 안다. 그들은 5천 년 이상 나라 없는 디아스포라(Diaspora)민족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신비하게도 유일신 신앙의 정체성을 굳게 지키면서 지구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변하지 않는 두 가지의 절대기준 때문이다. 첫째는, 운명공동체(Jews
are fate-nation)로 묶인 민족 기준이다. 둘째는, 신앙공동체(Jews are faith-nation)로 묶인 종교규범 기준이다. 그래서 유대인 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그냥 하나의 민족 명칭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 운명”과 “공동 신앙”, 이 두 가지 절대적 기준(규범)에 의해 묶인 약속의 백성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즉 유대 민족은 공동 운명과 공동 신앙, 이 두 가지 요소를 비상하게 결합하여 오늘날 세계를 리드하는 창조적이고 독특한 이스라엘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한 배에 탔다는 운명공동체 의식이 약하다. 또 민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종교적 기준도 약하다. 그래서 우리의 사회는 바닥에 중심이 없는 배처럼 늘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토지보상 문제에 불만을 품고 그 억울함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숭례문을 방화한 한 노인의 빗나간 이기주의가 있었다. 만일 이 노인에게 유대인처럼 민족공동체 의식과 종교적 규범이 있었다면 엄청난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경주 최씨는 300년 이상 존경받는 부자의 지위를 지켜 온 명문 가문으로 유명하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그것은 부(富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높은 도덕적 규범 때문이었다. 첫째, 과거는 보되 진사(進士)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라. 둘째, 만석의 재산을 모으지 말라. 셋째, 흉년에는 남의 논을 사지 말라. 넷째, 찾아 온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다섯째, 근처 백리 안에 굶어 죽
는 사람이 없게 하라. 여섯째, 시집 온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이와 같은 엄격한 기준과 규범 안에서 존경 받는 경주 최씨 가문이 섰다.

공목(空木)을 아는가. 조판(組版)할 때 활자 행간에 끼우는 나무나 키가 작은 납 조각을 말한다. 공목이 없으면 편집과 인쇄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 안에 신앙과 윤리의 공목이 없으면 아름다운 삶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우리의 곁엔 최고의 기준 가치를 지닌 성경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이기적 상대주의를 버리고 유대 민족처럼 성경에 입각한 품격 높은 삶을 살아가자. 곧 서울에서 G20 정상 회담이 열린다고 하니 민족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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