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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하기 전 고려할 점

2010-09-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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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법 상식

미국 사회에서 송사는 일상생활에 한 부분이다. 시민권을 받은 경우 일 년에 한두 번씩 배심원으로 출두하라는 통지서를 받게 된다.

영어를 못 한다는 이유로 출두한 후 배심원 선정과정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출두는 해야 한다. 그만큼 민사나 형사법원에 출두해 배심원으로서 봉사해야 하는 것이 시민권자의 의무로 되어 있을 정도로 송사가 흔하다.

전체 소송에 10분의1도 안 되는 케이스가 배심원 재판으로 이루어지는 걸 고려해 보면 얼마나 송사가 흔한 지 알 수 있다. 기업들은 아예 변호사 비용을 당연한 지출로 예산에 포함시키고 소송을 당해 손해배상을 물어내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회사의 일거일동을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가며 처리할 정도이다.


그런데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한인 상인들은 소송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소송을 당할 경우 필요 이상으로 황당해 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상식이 짧다보니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더 큰 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을 하거나 소송을 당해 대응을 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업을 해야 하는 사업가에게 소송은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물론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재판을 했을 경우 원고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증인과 증거물이 확고한 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많은 경우 본인의 주장을 너무 믿다가 객관성을 잃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원고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증거물은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나 타 기관으로부터 소환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감정에 고립되어 판단력을 잃지 않았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지인들과 상의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그 증인이 과연 원고를 위해 증언을 해줄 수 있는지도 미리 타진해 봐야 한다. 재판을 얼마 안 남긴 상태에서 꼭 필요한 증인이 출두를 거부하든지 연락이 끊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노련한 변호사는 미리 선서증언 절차를 통해 증언을 확보해 놓음으로써 그러한 불상사에 대비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상시 사이좋게 지나던 증인이 재판 때가 되어서는 나쁜 사이로 변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매수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둘째는 비용이다. 대부분 상해 케이스는 보험회사가 배상을 해주기 때문에 상해전문 변호사들이 먼저 소송을 한 후 배상금을 나누는 방식이 관습으로 되어 있다. 그러한 반면 대부분의 민사소송은 원고가 변호사를 선임하여 그 케이스가 끝날 때까지 변호사비를 매달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거기다 많은 분들이 승소를 하면 무조건 변호사비를 다 보상받을 수 있는 줄로 잘못 알고 있다.

분쟁의 쟁점이 된 계약서에 패소한 자가 승소한 자의 변호사비를 부담해 준다는 내용이 없는 한 변호사비를 배상받을 수 없다.
은행에서 만든 계약서나 건물주를 위해서 만들어진 임대 계약서에는 그런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계약서에는 그런 조항이 없을 뿐더러 법 상식이 짧은 상태에 한국식으로 만든 계약서에는 그런 조항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이 재판판결 금액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거다.

셋째는 소송에 소모될 시간이다. 민사소송은 재판을 할 때까지 최하 1년에서 길게는 2~3년이 걸릴 수 있다.
사업을 하는 경우 지금 자금이 필요하지 2~3년 후에는 아무 소용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 경우에는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합의를 해서 자금을 앞당겨 쓰는 게 훨씬 현명할 수 있다. 물론 소송을 하지 않고서는 합의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에 소송을 시작한 후 협상하는 전략적 소송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소송을 할 경우 원고가 본 사업을 운영하며 소송준비를 하기 위해 소모될 시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13)480-0440


데이빗 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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