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늘 성경말씀을 가지고 특수교육의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사실 성경에 보면 교육학의 내용이 거의 다 들어 있다. 어느 땐 농담 같기도 하고 어느 땐 억지를 부리는 것 같이 들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게 취업을 장려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지원고용이라는 것이 있다. 장애인 혼자서 경쟁고용을 감당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비장애인으로 고용코치(job coach)를 써서 현장에서 직접 일을 가르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데 그것은 이미 출애굽기에 나와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 유대민족을 구출하는 직책이 주어졌을 때 언어장애가 있어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자 아론을 고용코치로 사용하여 일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지원고용의 첫 사례인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아동의 학습시기 포착의 중요성을 강조는 설명으론 베데스다 연못의 사례가 떠올랐다. 장애인이 30여년을 누워 있어도 일 년에 한번 천사가 내려와 물을 움직이는 그 순간에 가장 먼저 물속에 들어간 사람에게 병이 낫는 내용이다.
장애가 있어 스스로 연못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그 사람을 위해서는 바로 옆에 있는 봉사자들이나 교사들이 자신들의 시간과 스케줄이 허락할 때에 씻겨주고 먹여주고 가르쳐주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이왕 도움을 줄 것이라면 두 눈을 부릅뜨고 언제 움직일지 모르는 연못을 보고 있다가 움직이는 바로 그 순간에 도움을 주는 것이 궁극적인 교육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당연히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 있는 대학에서의 강의에는 사용할 수 없는 예들이다. 하지만 가끔 대학에서도 사용을 한다. 예수님께서 나병환자 10명을 고쳐주시고는 자신의 동네로 돌아가 몸을 보여주라고 왜 그러셨을까를 물어본다.
수업 중에 가장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연구방법론에서 실험연구 계획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하려는 나 나름대로의 노력이다. 학생들은 당연히 이전의 상황과 이후의 상황을 비교 관찰해야 병 고침의 효과를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한다.
바로 그래서 실험연구에서 사전검사와 사후검사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을 하면 쉽게 이해하기 때문에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예를 찾아 설명하려고 늘 생각을 하고 책을 읽거나 남과의 대화에서 떠오를 때마다 수첩에 적어 기억하곤 한다.
한번은 교회에서 하는 강의에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진 분이 성경 구절 인용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자 그 분을 위한 설명을 찾고 있었다. 교육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좋은 예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사자성어 책을 읽던 와중에 “ 책을 ” 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말은 어미닭이 알을 품고 21일이 지나 병아리가 안쪽에서 계란 껍질을 쪼기 시작하는 (졸) 때에 밖에서 어미닭이 부리로 껍질을 쪼아 (탁) 주어 병아리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어미닭이 미리 껍질을 쪼아주면 안에서 부화가 되지 않은 병아리는 죽을 것이고 안에서 병아리가 쪼는 소리를 못 듣고 있으면 어린 병아리는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지쳐 죽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미닭은 병아리가 준비되었다고 소리를 내는 가장 적당한 순간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을 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 바로 아동이 배울 준비가 된 순간을 알아채는 것이다. 그것은 자녀를 가르치는 부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자녀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무조건 가르치려고 하는 것도 자녀가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클 때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도 교육효과의 극대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녀에게 죽음과 같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것이기에 부모는 늘 깨어 있으며 자녀가 배움을 향한 준비된 그 시기를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김효선<칼스테이트 LA특수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