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 1964년에는 개솔린 1갤런이 얼마였을까? 그 당시 개솔린은 갤런당 25센트 정도였다. 그때는 2달러50센트면 탱크를 10갤런이나 채울 수 있었다. 요즘은 그 돈으로는 1갤런도 살 수 없는 실정이라 우린 ‘개솔린 가격이 엄청 올랐네’라고 말할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컸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개솔린 가격이 그처럼 올랐다는 말을 “달러의 가치가 그렇게 떨어졌어?”라고 반문해 보면 문제가 달라져 보이기 시작한다.
1964년에 개솔린 1갤런을 살 수 있었던 쿼터 동전은 90%가 은(silver), 10%가 구리(copper)로 만들어졌었다. 그 쿼터를 지금의 은과 구리의 가치로 환산해 보면 3달러25센트를 조금 웃돈다. 만약에 달러 지폐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아직도 개솔린 가격은 갤런당 25센트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역으로는 현재 3달러의 가치가 예전으로 따지면 25센트밖에 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1974년으로 돌아가 보자. 그 당시의 금 시세는 1온스(28그램 또는 7.5돈)당 25달러로 100년 전의 금 시세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물가가 지난 100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뜻과 같다. 그 이후 전 세계의 경제는 유류파동으로 물가와 실업률이 함께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금값은 1온스당 800달러까지 급등했다. 6년 사이 32배가 수직으로 올랐던 것이다. 100년 동안이나 잠잠했던 금값이 왜 그렇게 컨트롤을 잃었던 것일까?
1971년 8월15일, 닉슨 대통령은 달러를 금으로 보장해 주었던 국제 화폐제도, 브레튼우즈 시스템하의 골드 스탠다드를 폐지시켰다. 닉슨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미국은 금 보유량에 관계없이 달러를 자유로이 찍어낼 수 있게 된다. 그 때부터 달러의 가치는 귀금속과 같은 유형 자산을 기준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달러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서, 어떤 고객이 요즘 여기저기서 빚을 많이 끌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그 고객이 찾아와 수표를 써 주면서 물건을 달라고 한다. 단골손님인지라 처음엔 불안한 마음을 억제하고 물건을 내준다. 그런데 그 수표를 막기 위해 그 고객은 다른 곳에서 또 빚을 내서 돈을 입금했다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된다. 상점 주인은 그 고객의 파산이 시간문제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객과의 거래는 앞으로 수표 대신 현찰이나 귀금속으로만 할 것을 마음먹게 된다.
그와 같은 상황은 바로 1971년 이후에 거래되는 달러의 운명과 일치한다. 다만 미국과 그 고객 사이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은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목적이 무엇이었든지 달러는 찍어내면 낼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정부가 적자를 채워 넣기 위해 통화량을 늘려야 한다면 달러의 가치는 더욱 더 희석될 수밖에 없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결국 원유, 금, 은과 같은 실물의 가격 상승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1971년 8월부터 지금까지 금값은 35배가 뛰어 올랐다. 그것은 미국 정치인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달러 지폐를 인쇄해 왔는지를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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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박 <시너지투자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