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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오 칼럼 - 한인 교육계 선구자 메리 리 손 여사

2010-07-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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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로 LA 교육계의 파이오니어이었던 메리 리 손(Mary Lee Shon) 여사께서 지난 7월10일 94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메리 손 여사는 저에게는 멘토(mentor)이고 동료 교육자이며 또한 가까운 친구 같은 분이셨습니다.

1970년대 중반 제가 메리 손 여사를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LA 주류사회 교육계에서는 저를 포함하여 여섯 명의 한인 교육자들이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수잔 민, 엘리자베스 백, 엘리자베스 권, 메리 손, 한인 최초의 교장으로서 1979년부터 패사디나에서 교장으로 일했으며 지금은 은퇴한 빌 천, 그리고 제 자신, 이렇게 도합 여섯 사람이었습니다.

1976년 손 여사 자택에 모여 한미교육자협회(Korean-American Educators Association―KAEA)를 창설하여 메리 손 여사를 초대회장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회장 및 총무로서 메리 손 여사를 도왔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메리 리 손 여사는 USC에서 사회학, 종교 교육학, 사회복지학, 세 가지를 전공하여 1939년 한인 최초의 USC 졸업생이 되었습니다. 그 후 최초의 한인 소셜 워커로 일하시면서 당시 주류사회에서 차별대우를 당하던 아시안 권익 신장에 힘써 왔습니다. 그러나 결혼하신지 10년 만에 어린 네 자녀들을 두고 약사인 남편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셔서, 손 여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교사 자격증도 얻고 교사로 일하면서 페퍼다인 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메리 손 여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날 당시 3세, 5세, 7세, 9세였던 어린 자녀들을 혼자 훌륭하게 키워내신 장한 어머니이시기도 합니다. 장남 마이클은 교회 목사님, 장녀 데비는 변호사, 차녀 캐티는 의사, 막내아들 허비는 대학 교수로 키워내셨으니 늘 자식들을 위해 자랑스럽게 희생한 교육자 어머니이셨습니다.

손 여사는 LA 교육구에서 ESL 교사로 근무하시기 시작해서 Bilingual-ESL Services Branch에서 장학사로 일하셨으며, 75세까지 LAUSD에서 열정적으로 일하시다가 은퇴하셨습니다. 1974년 메리 손 여사가 만들었던 미국의 아시안(Asians in America)을 위한 교사 지침서는 미국 전국에서 이중언어 교육과 다문화 교육에 대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메리 손 여사의 수상 경력은 캘리포니아주 상원에서 수여한 Human and Civil Rights Award, 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에서 수여한 NEA Leadership Award, Tom Bradley 전 Los Angeles 시장이 수여한 Teacher of the Decade 등등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LAUSD는 윌튼 초등학교의 한 건물을 ‘Mary Lee Shon Education Center’로 명명하여 메리 손 여사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모교인 USC에 ‘Mary Lee Shon Scholarship Fund’를 세워 교육, 사회복지, 법학,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도와주며 항상 커뮤니티에 환원하는 정신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메리 손 여사는 모든 인종의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을 제게 소개해 주셔서 주류사회 다양한 그룹(백인,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과 networking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손 여사가 만드시는 하와이식 김치는 독특한 김치로 그 김치에 한번 맛을 들이면 먹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김치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집에서 손수 만드신 김치를 나누어주시며 한국을 알리기에 앞장서서 타인종의 어떤 사람들은 메리 손 여사를 ‘김치 외교관’(Kimchi Diplomat)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손 여사는 한국인 1세와 2세, 3세를 묶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셨고 미국에서의 다른 인종, 즉 백인, 흑인, 히스패닉, 다른 동양인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셨습니다. 언제나 넘치는 에너지를 가지고 모든 인종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셨습니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메리 손 여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점에서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를 닮은, 그리고 사회 정의의 옹호자로서 마틴 루터 킹 박사(Dr. Martin Luther King, Jr.)를 닮은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 여사와 함께 저는 1984년에는 LA 올림픽 경기에서 통역자로 자원봉사하였고, 한국에 가서 영어교육에 대한 특강을 한 적도 있고,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 교사연수에 한국 문화를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메리 손 여사로부터 저는 다양성, 다문화 교육, 미국 민권운동, 동등한 권리 등의 정신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교육자들을 위한 컨퍼런스도 같이 다니며 한인 2세, 3세들의 생활 및 이민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손 여사는 저를 당신의 ‘sidekick’이라고 말하곤 하셨습니다. 언제나 저를 격려해 주셨으며 교장이 되라고 정신적 서포트를 해주신 분도 메리 손 여사였습니다.

6년 전에 메리 손 여사는 하와이로 이주하여 의사인 딸 캐티와 함께 살아오셨습니다. 차이나타운에 가서 옥(jade)을 구경하고 사는 것을 즐기셨고 라벤더 색깔이나 보라색을 좋아하시던 손 여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메리 손 여사는 명실 공히 한인 교육자들의 ‘godmother’(대모)이셨고 우리들의 멘토이셨습니다. 이제 비록 메리 손 여사는 돌아가셨지만 여사의 그 정열과 사회봉사 정신, 그리고 삶에 대한 에너지와 뜨거운 교육열은 우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메리, 저희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시고 귀감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메리의 정신을 이어받아 젊은 교육자들을 서포트 하고 커뮤니티에 제가 아는 지식, 경험, 지혜를 환원하며 봉사하고 메리의 교육에 대한 열정의 torch(횃불)를 계속 들고 나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육상담 문의: drsuzieoh@gmail.com


수지 오/LAUSD 교장,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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