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시작한 지 어느 새 3주가 지났지만, 앞으로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 아이들을 집에 두고 직장에 나가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자녀가 올바른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지만, 학기 중처럼 하루의 상당 시간을 학교에 맡길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많다. 특히 자녀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런 저런 일로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와 방학 중 자녀관리 문제를 다뤄봤다.
무조건 의심 나쁘지만
무턱대고 믿다간 낭패
수시로 대화, 행동 살펴야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는 혼자 집에 있는 동안 부모 몰래 할 수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에 손을 댈 수 있다.
1 인터넷 중독
인터넷은 학생이나 성인 모두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절제인데, 요즘 가정마다 인터넷 앞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트위터의 경우 짧은 시간에 수백명의 친구들이 생겨 여기에 매달리다 보면 하루가 부족할 정도가 될 수 있다. 또 컴퓨터 게임 역시 경계해야 하는 부분으로 가상의 세계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하루 종일, 심지어 밤을 새어 가며 인터넷에 매달리면 정상적인 생활이 점차 불가능해 지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는 자녀의 컴퓨터 이용 시간을 분명하게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일정 기간 사용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2 잦은 외출
아이가 외출하는 것을 무조건 막는 것은 올바른 교육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부모의 허락 없이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자녀가 외출을 하게 될 경우 반드시 부모에게 사전에 허락을 받도록 하되, 누구와 어디에 가는지에 대해 분명히 밝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10대 아이들의 경우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를 수도 있는 만큼,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친구들의 연락처도 받아 두도록 한다.
3 음주와 마약
이는 이미 사회적인 청소년 탈선문제로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자녀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지만, 무조건 믿는 것도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집에 있든, 친구 집에 가던 항상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하며, 특히 친구 집에 갈 경우 가급적 집에 친구의 부모가 있는지에 대해 확인하는 것도 이를 방지하는 한 방법이다.
4 성문제
10대 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로, 특히 딸을 가진 부모들에게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인 가정의 문화는 이에 대해 미국인 가정에 비해 폐쇄적이어서, 아이들과 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예방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밤늦게 외출하는 것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해야 한다.
■ 맞벌이 부모에게
함께 하루를 직장에서 보내는 부모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통제’이다. 비록 학원이나 다른 과외활동 등을 통해 하루의 어느 정도 시간을 맡긴다고 해도, 역시 남아도는 시간까지 일일이 관리와 감시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 ‘틀’을 만들자
자녀가 하루를 계획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부모가 하루 일과의 틀을 잡아주어야 한다.
사실 이는 방학 전에 미리 준비를 해뒀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다음 학년에 배울 과목의 예습과 지난 학기에 배웠던 것들에 대한 복습, 그리고 독서를 기본 축으로 삼으면 된다. 이런 계획들을 하루 일과로 나누어 집안 냉장고나 문에 붙여 놓고 항상 자녀가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2. 항상 연락이 가능해야 한다
밖에서 일을 하다가도 집에 있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은 자녀 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인 통제와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루 2-3회 씩 전화를 걸어 정해진 일과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른 일은 없는 지에 관해 반드시 물어보도록 한다.
방학이라고 너무 자유를 주는 것도 좋지 않지만, 반대로 너무 조이는 것 역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적절한 분배를 해줘야 한다. 한 주의 정해진 일과를 잘 지켰다면, 주말에는 어느 정도 여유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 의견충돌
자녀와 사사건건 대화가 충돌하는 것처럼 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다. 더욱이 미국에서 태어난 자란 아이들과 영어로 부모의 마음과 관심을 전하고, 지도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부모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1 영어가 장벽은 아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와의 의견대립을 언어 소통의 장애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어느 순간(주로 10대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변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는 “실제 원인을 살펴보면 어릴 때부터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문화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자녀의 변화, 특히 언어문제로 원인을 돌리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판다”이라고 강조했다.
2 대화의 틀을 만들자
자녀와의 원만한 대화는 자녀가 얘기하는 것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실천해야 한다.
아이들이 10대에 접어들면 자기주장에 더욱 강해지는데, 이를 무시한 채 부모의 일방적인 주장과 지시만을 전달하려는 것은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말문을 닫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자녀의 의견이 옳지 않거나, 사리에 맞지 않더라도 일단 끝까지 들어준 뒤, 부모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며 이해시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자녀의 얘기 중 공감하는 부분은 인정해 주는 것도 대화를 이어가는 한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의견충돌이 발생했다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우선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화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가 화를 참지 못해 자녀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자녀는 오히려 반발심만 키울 수 있다.
진지하고, 차분하게 자녀에게 먼저 말을 하도록 시킨다. 아이는 자기의 생각을 얘기할 것이고, 다음에는 해결책을 자녀에게 물어보도록 한다. 그러고 나면 부모가 생각과 해결책을 제시하며, 올바른 방향을 잡아가도록 한다. 물론 이 때 부모가 아이에게 변치 않는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방학 중 자녀관리 부모가 주의할 점
자녀들이 부모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또 탈선 등 위험한 행동을 일으킨다고 해서 원인을 자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를 탓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 자녀 교육에서 무엇이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1. 부부의 의견통일
자녀에게 문제가 발생했거나, 의견충돌이 일어났을 경우, 곧바로 자녀를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약간 시간을 둘 필요가 있다. 이 때 부부가 먼저 충분히 상의하는 시간을 통해 문제의 본질과 경중을 따져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견을 모아야 한다. 부모가 서로 다른 애기를 한다면 부모의 권위가 서지 않는다.
그리고 난 뒤 자녀와의 대화를 시작하되, 먼저 아이가 얘기를 하도록 한다. 아직 나이가 어린 아이들인 만큼 생각이나 판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사리에 맞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아이의 얘기를 다 듣고 나면 부모의 공통된 의견을 통해 잘못된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한다.
만약 자녀가 실수 또는 경미한 사고를 저질렀다면, 한 번의 기회를 주되 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적절한 처벌을 병행하도록 한다.
2. 공정한 처벌
한국과 미국의 자녀교육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과 처벌에 대해 미국에서 성장한 한인학생들은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다. 때문에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것에 한정해 처벌을 내려야 한다. 부모의 감정이 담겨 있다면 벌이 오히려 자녀를 더욱 다른 길로 빠지게 할 수 있다.
3. 대화방법
대화는 서로 어떤 주제를 놓고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자녀가 무슨 얘기를 할 때 잘 들어주고, 궁금한 것을 물어봐 자녀가 다시 답을 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방법을 몸에 익혀야 한다.
갑자기 아이를 불러 놓고 얘기를 하자고 하면, 분위기만 어색해 질 수 있다. 평소에, 그리고 어릴 때부터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를 나누는 가정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황성락 기자>
방학기간에는 부모가 수시로 자녀와 대화를 나누며 하루의 일과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하루의 일과를 정해 주고, 자녀가 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