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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칼럼/ 탁월한 코칭 리더가 되라 (36) 대상영속성

2010-06-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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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란 어떤 존재가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그 존재가 소멸되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가 구슬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다가 구슬이 장롱 밑으로 들어가 버리면 구슬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울어버린다. 장롱 속에 구슬이 감춰있다는 사실을 추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엄마가 곁에 있다가 밖으로 나가면 엄마가 없어졌다고 울기 시작한다. 왜 그런가. 어린아이에게 대상영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상영속성의 개념은 인지발달에 굉장히 중요할 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생존방식에 막대하고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그 이유는 대상영속성의 개념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대상도 얼마든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만일 어린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었는데도 대상영속성의 개념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자기만의 개성을 지닌 독립적인 인간이 될 수 없게 된다. 세상을 넓게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창의
력, 추리력, 추상력이 결핍된 인간이 되고 만다. 그러나 대상영속성이 충만한 사람은 확신 있는 믿음, 통찰력, 추리력을 갖게 되므로 보다 창의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대상영속성의 개념은 신앙인에게 더욱 중요하다. 바룩이라는 유명한 유대인 랍비가 있었다. 하루는 그의 사랑하는 손자가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그가 술래가 되어 헛간에 몸을 숨기고는 친구들이 찾아 줄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헛간에서 오래 기다려도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하도 이상해서 나와 보니 친구들이 자기를 찾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었다. 결국 그는 헛수고만 한 셈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무안을 당한 손자는 서재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달려와 울면서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집으로 가 버렸어요.”라고 말했다. 손자의 애기를 듣고 난 랍비 바룩은 눈물을 흘리면
서 말했다. “하나님께서도 <내가 숨어있는데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구나!> 라고 말씀하신다.”


신앙인이 누구인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보고, 느끼고, 찾아나서는 것이 신앙인이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따라가는 것이 바로 신앙인이다. 그래서 히브리서 11:1에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고 말했다. 영적 대상영속성은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인지능력인 것이다. 100년이 지나야 열매를 따는 잣나무는 심는 노인은 누구를 위해 심는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후손들을 위해서가 아닌가. 우리는 이미 본 과거를 기억함으로서 현재를 만족하는 전통주의자들이 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추리하고 상상하고 꿈꿔야 하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실재를 믿고 신뢰하고 나가는 대상영속성이 충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장래에 희망이 있다.

우리나라가 이번 남아공 월드컵 원정 경기에서 사상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동안 한국이 넣은 5골 중에 2골을 최후방 수비수인 이정수선수가 넣었고, 또 그 중에 3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넣었다는 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를 토털축구로 설명할 수 있다. 다 아는 대로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축구감독 잭 레이놀즈가 토털축구를 창안하기 전까지는 공격과 미드필더 그리고 수비, 이 세 가지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전통적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이 자신의 포지션만 철두철미하게 지키면 다 되었다.

그러나 토털축구는 전통적인 축구와 개념이 180도 달랐다. 토털 축구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축구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언제나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경기장 전역을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대상영속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발휘한 능력이 바로 토털축구의 마술이었다. 토털축구에서는 현재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선수전체가 창의적,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새
로운 축구개념이다. 우리나라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진정한 토털축구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면 4강까지 진출하는 기적이 또 한 번 일어날 것이다.

잊지 말라. 풍부한 대상영속성을 소유한 사람은 무엇인가 다르다. 신비로운 믿음의 힘을 발휘하면서 살아간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가나안 땅을 보는 것처럼 바라보고 나갔던 아브라함이다. 이 글을 읽는 이마다 아브라함처럼 풍부한 대상영속성의 은사가 넘치기를 소원한다.

온누리 순복음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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