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 다시보는 아르헨전

2010-06-1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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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의 독무대

지구촌 축구남 넘버원 메시의 위용이 돋보인 한판이었다. 투톱 테베스와 이과인 바로 뒤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그는 빈틈이 보이면 질풍같은 돌파와 슈팅으로, 겹수비에 막히면 송곳같은 배급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두세명이 메시를 에워싸면서 생긴 수비라인 공터를 테베스와 이과인 등이 마음껏 휘저었다. 박주영의 자책골을 포함해 아르헨의 4골 모두 메시의 발을 거쳐 빚어졌다. 재주는 메시가 넘고 득점은 이과인이 올렸다.

전반 16분, 한국진영 왼쪽 깊숙한 지점에서 끊어찬 메시의 프리킥. 볼이 문전으로 날아들자 박지성이 걷어내려고 힘껏 점프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를 살짝 넘은 볼은 너클볼처럼 떨어지며 바로 뒤 박주영의 오른발 정강이에 튕겨 골문으로 쏙. 정성룡이 손쓸 틈도 없는 자책골이었다. 17분 뒤(전32), 이과인은 메시 로드리게스 부르디소를 거쳐 수비숲 뒤로 날아든 볼을 가벼운 방아찧기 헤딩으로 골을 만들었다.

한국의 반짝웃음은 전반 45분, 박주영의 헤딩볼을 데미첼리스가 엉성하게 받는 사이 이청용이 낚아채 문전돌진, 추격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뿐, 후반들어 한국은 이과인에게 연속 2방을 더 맞았다. 진원지는 역시 메시. 한국 벌칙구역 외곽에서 안쪽으로 총알같이 파고들며 왼발슛, 볼이 정성룡의 몸에 맞고 튀어나오자 메시는 다시한번 강슛, 골대를 맞히고 안쪽으로 꺽인 볼을 이과인이 가볍게 밀어넣었다(후31). 4분 뒤, 메시의 매직이 또 빛을 발했다.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볼을 잡은 메시는 드리블 모션을 취하는 듯하다 앞길을 가로막은 수비숲을 살짝 넘기는 절묘한 칩패스로 아게로에게 연결, 갑자기 사라진 볼의 행방에 수비진이 어리둥절한 사이, 아게로의 크로스에 이은 이과인의 3호골이 터졌다. 이과인은 이번 대회 1호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단숨에 득점왕 레이스 선두로 나섰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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