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허덕여온 미국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체감경기지수는 여전히 영하권이다. 특히 10%에 육박하는 실업율이 문제다. 직장인들에게 대우나 근로조건보다는 일자리 지키기 자체가 절체절명의 문제처럼 됐다.
먹구름이 잔뜩 낀 일자리 시장에도 볕드는 곳 내지 볕들 곳은 있다. 대부분 헬스케어 관련분야다. 연방노동부가 최근 펴낸 ‘직업전망 핸드북(Occupational Outlook Handbook)’에 따르면, 생물의학 엔지니어들의 일자리는 오는 2018년까지 무려 72%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네트웍 시스템 분석과 관련된 일자리도 같은 해까지 52%나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직업전망 핸드북(OOH)은 노동부가 45개 분야 300여종의 직업의 수요, 임금, 경쟁력을 10년단위로 전망하는 책자로 2년마다 발간된다.
OOH2010에서 앞으로 10년동안 고용시장에서 가장 활기를 띨 탑10으로 직업군 가운데 태반은 헬스케어 분야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데다 베이비 부머들이 본격적인 은퇴기에 접어드는 등 노령인구 대폭증가까지 겹치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1위로 꼽힌 생물의학 엔지니들의 경우 일자리 증가도 폭발적이지만 처우도 가장 좋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들은 주로 생물학과 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인공장기나 이미지 시스템과 같은 헬스케어 장비를 개발하고 실험하는 전문가들이다.
2위 네트웍 시스템 분석가(53%)에 이어 3위와 4위를 차지한 것도 각각 헬스관련 직업군(Home Health Aides-50%, Personal Homecare Aides-46%)이다. 5위는 재정전문가인 파이낸셜 이그재미너들로 41%의 일자리 증가가 예상됐다.
6위부터 10위까지도 거의 헬스케어 관련분야 일색이다. 메디칼 사이언티스트들의 일자리가 4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의료보조원(39%), 생명과학자(38%), 운동지도사( 37%) 수요도 크게 증가하리란 예상이다. 특이한 것은 8위에 랭크된 스킨케어 전문가들(38%)로, 미용에 대한 드높은 관심을 반영한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북가주 한인사회에서 스킨케어 전문업소나 스킨케어 스페셜리스트 자격증 취득자들이 늘어나는 것 또한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연방노동부의 직업전망을 경기전망과 묶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6년 전에 나온 ‘2004년~2014년의 직업전망’에서 간호사 수요급증이 예상돼 많은 고교졸업생들이 간호대학에 진학했으나 정작 이들이 졸업할 즈음에 불황이 닥치는 바람에 현역간호사들이 은퇴를 미루거나 은퇴간호사들이 현업에 복귀하는 등 정체현상과 역류현상이 동시에 일어나 신규간호사 채용문호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 거세게 일어난 닷컴붐과 연방노동부의 최고대우 최대성장 전망 등에 영향을 받아 2000년 고교졸업생들이 줄줄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으로 택했다가 닷컴붐이 꺼진 뒤에 졸업해 취업에 애로를 겪었던 것도 유사한 사례다. <정태수 기자>
사진설명:6년전에 나온 직업전망에서 인기 직종으로 꼽혔던 간호사 자리가 최근의 경제불황으로 신규간호사 채용문호가 좁아져 간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