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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식 - 알칼리 물

2010-04-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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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유행에 민감하다. 우리 한국에서는 한 사람이 움직이면 덩달아 움직이는 군중심리가 강한 면이 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주변의 한 사람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가지면 나도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 큰 것도 우리 문화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해 본다. 건강에 관련된 부분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무엇이 건강에 좋다’라는 말만 돌면 그 제품의 인기가 치솟는 예를 종종 보아왔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은 한국 사회의 특징일 것이다.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정수기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순수하고 깨끗한 물’을 고객이 원하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 정수기 회사의 역할인데, 최근 경제력의 신장에 따른 웰빙 바람을 타고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틈타 효능, 효과를 강조한 물 제품, 정수기 제품이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침 각종 매스컴에서 환경의 산성화와 이에 따른 부작용을 많이 다루고 있어 반대급부로 알칼리하면 무조건 건강에 좋은 것처럼 인식시키는 광고 전략으로 고객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 그 한 예이다.


화학적인 산도는 페하(pH) 수치로 표시되는데 1에서 14까지 표기한다. 중간 수치인 7.00을 중성이라고 하고 그 이하를 산성, 그 이상을 알칼리라고 한다.
통상 인체의 pH는 7.32~7.45를 유지하게 되며 어느 정도의 산이나 염(알칼리)이 섞이더라도 완충력을 가지고 pH 7.32~7.45를 유지하는 것이 인체의 항상성이다.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음용수는 pH 5.8~8.5 범위에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의 위액은 pH 1.92~2.59 정도의 강산성으로 유지가 되어야 음식물을 소화시킬 수 있고 병원균을 살균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중성에 가까운 알칼리성이므로 ‘체질이 산성이다’라고 하는 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산성인 위장에서 소화된 영양소가 인체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인체는 pH 7.32~7.45의 약알칼리성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알칼리수를 마신다고 체질이 알칼리로 변한다고 광고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알칼리수 생성 이온수기는 인위적으로 물속에 전류를 흐르게 하여 양전극에 모인 음질의 물을 산성수라고 하고, 음전극에 모인 양질의 물을 알칼리수라고 하는데 이를 음용하면 마치 만병이 치료되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한국의 식약청은 “허가된 알칼리수의 수소이온 농도지수(pH)는 모두 9.0 이상에서 최대 11.3까지이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및 환경부 먹는 물 기준보다 높아 음용 때 위장 내 자극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반인이 마실 경우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환경부의 음용수 수질기준은 pH 5.8~8.5이고,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은 pH 6.5~8.5이다.

WHO의 음용수 pH 농도 해설서에 따르면 pH 10~12.5의 물을 음용할 때에는 민감한 사람의 경우 위장 내 자극이 발생할 수 있고 pH 11 이상의 경우에는 피부 접촉 때 안구 자극, 피부 악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알칼리수가 몸에 좋다는 것은 근거 없는 믿음”이라며 “알칼리수를 음용한 군과 그렇지 않은 군을 비교 연구한 결과 전자에서 질병 치료 효과 또는 건강증진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는 전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마실 수 있는 알칼리수를 생성한다’는 효능·효과만으로 알칼리수 생성 이온수기를 허가하였는데, 이를 통해 만들어진 알칼리수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양 거짓·과대 광고한 이온수기 제조·판매업소를 의료기기법 위반혐의로 적발해 행정처분 및 형사고발 조치한 내용의 신문기사를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을 약처럼 드실 수는 있어도 결코 약이 될 수는 없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가더라도 좋은 친구를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문의: 1-800-222-5502
김경철 <아쿠아라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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