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학때 우리 애 좀 맡아줘”

2010-04-0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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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연수등 목적…무비자 시행후 청탁 더 늘어나
거절 명분 줄어 한인들 부담

한국 학생들이 언어 연수, 여행 등을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되는 방학이 가까워지면서 친척, 지인 등으로부터 방문 중 자녀를 돌보아 달라는 요청을 받은 한인들이 고민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이민생활인데, 비록 단기간이라곤 하지만 식구를 하나 더 늘이는 것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무비자 입국이 활성화되고 있는 근래 들어서는 한국으로부터 요청은 더 많아지는 반면 적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구실은 적어졌다. 학생비자로 입국해야만 했을 땐 학교를 주선해주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기숙사로 보낼 수 있었지만 이젠 그 조차도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스코키에 거주하는 이모씨 역시 최근 조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편으론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는 “한국에 친척들이 많아 여름 방학 중 머물다 간 아이들이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무비자가 되면서 이 같은 요청은 더욱 많아졌다”며 “방학 동안 잠깐 있겠다는데 거절할 수도 없고, 또 함께 데리고 있자니 경제적, 시간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백승민씨는 “사촌 누나가 자신의 딸을 유학보내기 전 이곳의 사정도 알아볼 무비자로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데 은근히 내가 맡아주길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우리 집엔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스무살이 넘은 대학생 아이를 거실에 재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거실에 나가서 잘 수도 없는 노릇아니냐”며 “하지만 이런 사정을 이야기 하자니 그 또한 야박한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무비자가 되기 전에도 친척, 지인들로부터 비슷한 부탁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학생비자로 정정당당히 와서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 미국 경험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며 자연스레 거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냥 길어야 석 달이니까 잠시만 맡아 달라’는 식이니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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