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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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 가짜가 판치는 세상

2010-03-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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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았다. 한국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남녀 탤런트 얼굴만 보아도 드라마의 성격과 방향을 짚는다. 익숙해졌다는 말이다. 드라마는 우리 생활 속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동반자다. 슬픈 장면을 보면 슬퍼지고 기쁜 장면을 보면 같이 기뻐진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배역들과 호흡을 같이 나눈다. 드라마를 만드는 예술문화인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파고 들어가 심금을 울린다.
언제부터인가 탤런트들은 눈 쌍꺼풀을 동전과 비슷하게 만들어 나타나고 있다. 동그란 큰 눈으로 우리 생활 속에 다시 들어와 있는데 전에 아름다웠던 모습은 간 데 없다. 완전한 다른 이미지 변화의 모습이다. 하지만 귀에 익힌 음성으로 누구인지는 알 수 있다. 동포들도 이를 느꼈을 것이다.
예술가의 연기기술(Art of act)속에는 인격이 들어가 있다.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멋있는 참 모습 말이다. 하지만 탤런트들의 연기생활은 이쁜 것이 생명이라 한다.
지금 이 논리는 서울에서 통한다. 얼굴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연기의 순수 기술은 큰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은 유행에 너무 민감하다. 누가 했다 하면 태풍처럼 몰려간다. 예뻐야만 취직도 연기도 출세도 하는 세상이 한국에서 불기 시작했다. 능력은 두 번째다. 부작용도 많이 따라 다닌다. 성형 기술에 의해 사람들의 모습을 평가하기가 힘들어진다. 한국사회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가식을 좋아한다. 허황된 꿈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슬퍼 보인다. 진짜가 상실한 소위 말하는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진품 애인을 찾는데 가장 주의할 점이 서울에서의 고민이다.
내년에는 세계 20개국 정상들이 서울에 모인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참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허황된 가식 속에서 한국사회가 움직이고 있어서다. 국가의 자존심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의 범죄사건 수는 매우 높다. 자살도 교통사고도 범법자도 법으로 다스리지 못한다. 오염된 식품을 버젓이 식당에서 팔고 있다. 젊은 시절 필자는 겸손하고 순수한 예절 바른 학생이었다. 지금 세대는 다르게 변해져 있다.
시간의 변화는 한 역사의 순리다. 그렇다고 교만과 자만은 아니다. 겸손은 역사변화 속에서도 영원히 존재한다. 한국은 결코 부자 나라가 아닌데도 한국 사람들은 부자 행세를 무척 좋아한다. 빚을 지면서도 결혼식이든 자식들을 외국 유학이든 비싼 학원에 보내진다. 학원비 때문에 자살한 학생이 많이 나온다. 어느 세대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이들은 죽자 살자 공부해도 노벨 수상자는 나올 것 같지 않다. 사회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밤잠 설치면서 연구에 몰두하는 가난하게 자란 그룹들이 있다. 한국을 책임져야 할 사명감을 갖고 있는 리더들이다.
이들이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고근필
전 페닌슐라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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