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3.1절을 맞아 한국어를 생각한다

2010-02-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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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올해는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 병합돼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庚戌國恥) 100년 되는 해다. 황성신문 주필 위암(韋庵) 장지연(張志淵)은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에서 나라 잃은 울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저 개·돼지만도 못한 소위 우리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은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벌벌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됐다. 아! 분한지고, 2000만 동포여, 노예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장지연 선생의 통곡이 아직도 생생한데 오늘날 우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을 알게 모르게 하고 있다. ‘한일합방(韓日合邦)’이나 ‘을사보호조약(乙巳保護條約)’, ‘구정(舊正)’이란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엄격히 말해 이는 일제의 잔재다.
한국과 일본이 언제 스스로 합쳐졌나? 합방이 아니라 일본이 강점한 것이다. 우리의 선열들은 이 경우 ‘경술국치(庚戌國恥)’라고 썼다. 나라가 치욕을 당한 날이라고 8월 29일을 국치일로 부르기도 했다.
을사보호조약은 보호해 주는 조약이라는 뜻인데 일본인들이 하는 말이다. 백암 박은식은 ‘을사늑약(乙巳勒約)’이라고 했다. 늑약은 굴레를 씌워서 강제로 맺은 조약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우리말 속에 숨어 있는 일재의 잔재는 무수히 많다. 하긴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언론조차 일본 국왕을 일본 천황으로 표기하는 실수를 범할 정도니 3.1절 아침이 참 씁쓸하고 을씨년스럽다. 을씨년스럽다는 날씨가 안 좋거나 쓸쓸한 기분이 들 때 하는 말로 ‘을씨년’은 을사년에서 생겨났다.
을사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긴 1905년이다. 이 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음이 쓸쓸하고 날씨가 우중충하면 ‘을사년스럽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변하여 ‘을씨년스럽다’가 됐다고 한다.
캐나다 밴쿠버 땅에서 자라나는 2세들 뿐만 아니라 1세대들에게도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이 절실하다. 밴쿠버 한국일보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한글 백일장과 더불어 이 참에 한국어 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본보가 UBC 한국어프로그램 모금위원회와 공동으로 2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펀(Fun) 펀(Fun) 펀(Fun) 펀드레이징’ 캠페인은 한인사회에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또, 한국어 능력시험(TOPIK)을 치르는 것도 한 방안이다. 한국어 능력시험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 및 재외동포들에게 한국어 학습방향을 제시하고 한국어 사용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이 시험은 캐나다에서는 토론토에서 18회 시험이 예정돼 있다.
한인 2세의 자긍심, 문화적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의 하나로 한글 교육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불어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역사 교육과 함께 한민족 정체성을 올바르게 심어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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