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선수 응원 ‘엇박자’ 이유있다

2010-02-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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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수첩

“한국 응원단 찾기가 힘들다.”
잇단 금메달 소식에 올림픽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텔레비전에서 한국 선수 응원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올림픽은 월드컵과는 다르다. 응원단이 모여 앉아서 자국선수 응원 경쟁을 벌이는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은 좌석을 복권 추첨 형식으로 판매해, 경기장에서 한인들이 모여서 응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선뜻 경기장을 찾기도 힘들다.
한국, 정확히 한국언론은 교민사회가 가슴이 ‘짠’한 감동적인 그림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마도 이런 그림이다. 한인이 함께 모여 한국선수 경기를 시청하고 금메달 소식에 태극기를 흔들며 타국살이의 서러움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기대하는 듯 하다.
올림픽 기간 동안 제대로 한번 모이지도 못한 한인사회는 지난 주말을 이용해, 다운타운에 설치된 대한민국 국가 홍보관에 함께 모여 한국선수를 응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일 3시30분 한인 응원단 50여명은 한국관에 들어가지 못했다. 모국 국가 홍보시설에서 동포들이 ‘문전박대’ 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내막은 이렇다. 한인회 올림픽 후원회가 한국관에 시설 이용을 사전 상의했으나, 막상 당일 한국관 운영 책임자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국관 사용을 허가 하지 않은 것이다. 주말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한국 응원 티셔츠를 입고 한국관을 찾은 50여명은 쓸쓸히 한국관을 떠나야 했다.
역시 ‘그림’이 중요했다. 한국관은 김연아 피겨 결승전이 예정된 25일 VIP 50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한국관은 밴쿠버에서 무언가 했다는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언론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김연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태극기를 흔드는 한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누군가 그림을 그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25일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그려질 그림에 엑스트라는 누구고, 주연은 또 누가될까.
/이정현 기자 vancouver@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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