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첫 해가 뜨고 / 최정례(시인)
2009-12-31 (목) 12:00:00
처음엔 그 바닷가에, 그 모래 언덕에 닿지 못할 것 같았어요
나, 나의 언어는 괴롭힘을 당하며, 머뭇거리고 있었지요
남의 나라에서
아니, 나는 아무데도 없었지요.
비행기를 타고 사막을 내려다 보았을 때
물이 흐르던 길은 구불구불하고
사람이 낸 길은 직선으로 달렸지요.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모래 언덕 사이 사이로
이따금 선인장이 가시를 잔뜩 세우고는
달겨들 듯 길을 막았지요.
내게 길을 가르쳐 줘
목적을 줘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줘
모래에게 바람에게 길을 막아 선 선인장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내 말, 나의 혀, 꾸물거리고 있었지요.
어쨌든 길을 가라 돌아가든 바로 가든
그러면 그건 네가 사막에 낸 길이 된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지요.
그게 바람의 말인지 가시 선인장의 말인지 내 속의 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길을 가라 했으니 갔지요.
새해의 첫 해가 다시 뜨고
꿈꾸며 앞으로 나아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