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백만원 입금하라

2009-12-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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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치 사기 해프닝

▶ 주밴쿠버 총영사관 신고

유학생 부모에게 자녀가 납치됐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와 경찰이 긴급 출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3일(일) 오후 3시(한국 시간 14일 오전 10시)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한 가정에 괴전화가 왔다. 약간 어눌한 말투의 남자는 캘거리에서 유학 중인 아들 권 모씨(26세)를 납치해서 지하실에 가둬 놓고 있으니 아들을 살리려면 2천만 원을 지정된 계좌에 폰뱅킹으로 즉시 송금하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은 권씨의 어머니는 놀랄 수밖에 없었고 이어서 협박범이 수화기를 바꿔준 사람은 마치 진짜 아들인 것처럼 가족의 이름을 정확하게 대면서 고통스런 신음소리와 함께 도와주라는 말을 하여 어머니의 마음을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폰뱅킹을 할 줄도 모르고 당장 그만한 돈이 없다고 하자 협박범은 주위의 아는 사람에게 일단 5백만 원만이라도 빌려 보내주면 아들을 살려주겠으며, 대신 지금 통화하는 전화를 끊지 말고 다른 전화로 돈을 빌리는 목소리를 자기가 들을 수 있게 하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직접 자신에게 전화해서 돈을 보낼 수 있게 하라고 강요했다. 그리고 남편이나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면 아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권씨 어머니가 다른 방에서 남편과 통화하면서 시간이 지연되자 협박범은 스스로 전화를 끊었다.
권씨 가족은 조선족 말투를 쓰는 사람들이 유학생 가족을 대상으로 전화사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아들 납치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우연히도 그 시간 아들 권씨 전화가 계속 꺼져 있어서 서울의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저녁 7시경(한국 시간 오후 2시경) 주밴쿠버 총영사관(총영사 서덕모)에 전화를 해 권씨의 행방을 알아봐 줄 것을 요청했다. 총영사관은 캘거리경찰청에 한국인 납치 의심사건 발생을 신고하고 권모씨의 거처로 경찰 출동을 요청해 약20 여명의 경찰이 권씨의 아파트에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화전원이 방전된 채로 외출했던 아들 권씨가 저녁 11시경 아파트에 돌아오다가 집 주변에 깔린 캘거리 경찰관들을 만남으로써 상황은 종료되었다. 한국에서의 전화사기범의 전화 한 통이 주밴쿠버 총영사관과 캘거리 경찰청을 비상상황까지 몰고 간 것이다.
김남현 경찰영사는 최근 들어 전화사기범들이 시차 때문에 즉시 연락이 되지 않는 유학생이나 여행객 가족들을 대상으로 전화사기행위를 자주 벌이고 있다며 유학생이나 여행객은 ▲가족들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뿐 아니라 비상연락이 가능한 친구, 집주인, 학교나 학원의 연락처 등을 가족에게 알리고 ▲여행객의 경우 세부적인 여행 일정뿐 아니라 임시 숙소의 전화번호를 반드시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vancouver@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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