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쓸모 없지만 중요한 영주권, 선의의 피해자 없어야

2009-12-1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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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그거 있어봤자 아무 쓸모도 없어요. 근데 그게 또 없으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미국으로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같은 교회를 다니던 박 모 집사란 분이 전해준 영주권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다.
그때는 저 분이 배가 불러서 저렇게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했으나 이후 발급받은 영주권의 쓸모는 한국으로 나갈 때 잠시 필요할 뿐 그다지 귀중함을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다.
어쩌면 박 모 집사가 얘기했던 그 감정을 내 스스로도 그대로 느끼고 있는 것이며 영주권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시선에는 나 또한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번 한주는 LA와 덴버 그리고 실리콘밸리를 잇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민서류 허위작성 사건으로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언론은 언론대로 문제를 확대시켜 나갔으며 입소문은 입소문대로 파장을 그리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두런두런 얘기가 많았던 한 주였다.
이번 사건을 위해 이민세관단속국(ICE)이 2년여에 걸친 수사를 했다니 허술하게 하지는 않았다는 전제하에 이번 이민서류 허위작성 사건에 연루된 한인들은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불법을 자행한 듯하다.
비록 영주권을 발급받은 이들의 경우 한국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그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할지라도 영주권을 받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영주권자체가 갖는 중요성은 그 어떤 말로도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인들이야 사업거리로 생각하며 몇 푼의 돈을 더 벌기 위해서일지 모르겠으나 영주권 발급에 목을 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칫 인생 자체를 너무나 정상궤도에서 이탈시켜 버린,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간 위태로운 행위이기에 말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한결같이 잘못된 일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지라며 이번 사건의 무게를 전한다.
물론 이번 사건에 연루된 A씨 스스로도 내가 벌인 잘못에 대한 죗값은 달게 받겠다는 심경을 자신의 측근을 통해 기자에게 전했다. 하지만 측근의 입을 통해 전해온 A씨의 말에서 한 가지 걱정스러움을 지워버릴 수 없는 일을 발견했다.
A씨의 얘기 중 나에게 영주권을 의뢰한 분들 중 90% 이상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영주권을 신청했다고 밝힌 부분은 심히 걱정스러움을 동반하게 한다.
A씨의 말대로라면 영주권 신청자 중 서류 허위작성을 한 자들은 소수에 불과한데 대다수의 정상적인 영주권 신청자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INS에서는 허위서류 작성에 대한 여부를 밝히고자 모든 서류를 압수해 갔다고 전해졌다.
그런 연유로 A씨를 통해 정상적으로 영주권을 신청했던 한인들의 영주권 서류조차도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한 채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만약 이 말이 진실이라면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다.
A씨의 경우처럼 이번 사건에 직접 관여를 했든지 혹은 이들을 통해 허위 서류를 제출하며 영주권을 받으려고 시도한 사람들이야 그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될 것이지만 공연히 이들로 인해 정상적인 케이스까지 피해 입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INS에서는 만약 정상적으로 영주권을 신청한 사람들의 경우 다른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제출서류들을 전부 복사해서 준다니 이렇게라도 계속 일을 진행한다면 피해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에 여유가 있는 정상적 케이스의 사람들이야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전체적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여유가 없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기에 INS에서 가급적 서류검토를 빠른 시일 내에 끝내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광희 기자>kh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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