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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세탁업계 ‘빨간불’

2009-12-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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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계 홀세일 저가공세

▶ 잠식우려 서비스확대 방안 등 강구

한인세탁업계 ‘빨간불’

한인이 운영하는 세탁소 홀세일 내부 모습, 베트남계의 진출로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시달리는 필라델피아 한인 세탁업계에 베트남계가 홀세일에 진출로 비상이 걸렸다.

이들 베트남계 세탁 홀세일들은 한인 홀세일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한인 운영의 드롭샵들을 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홀세일을 겸하고 있는 한인운영 세탁업자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홀름스버그 지역에서 홀세일을 겸한 세탁업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는 지난 9월 다운타운에 있는 픽업 전문 세탁소 5개를 10년 가까이 빨래를 해 배달을 해주고 있던 중 이중 몇 개 업소가 사전에 통고 없이 홀세일을 교체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


정씨가 황급히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들 업소들은 피스 당 1.35달러를 제시한 베트남계 홀세일들에게 세탁을 맡겼다는 것을 알았다.

한인 세탁 홀세일 가격은 1.75달러 정도로 형성되어 있고 1.35달러는 거의 20여 년전 수준의 가격이다.

정씨는 “그동안 세탁자재 값이 얼마나 올랐는데 그 가격으로는 거의 무료서비스를 넘어 손해를 보는 가격”이라며 “10여 년이 넘게 동반자로서 비즈니스를 해 왔는데 불과 3일 전에 통고 하면 갑자기 쓰던 사람을 그만 두게 할 수도 없고 너무 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정씨는 “베트남계 세탁업자들이 한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탁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 밖에는 없다는 것을 알고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이렇게 시작 되면 한인들에게 그동안 효자업종으로 여겨졌던 세탁업도 베트남계에 잠식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트남 업소에 홀세일을 맡긴 한인들은 “불경기를 맞아 매상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고 손님들의 발걸음도 뜸해져 홀세일 가격이라도 줄이면 많은 도움이 되어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했다”며 “살아남기 위한 선택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 동안 한인들이 운영하던 그로서리업계가 도미니카와 자메이카 등 캐러비안계 사람들에게 거의 잠식당했고, 한인들이 장악했던 비어 델리 업계도 이제 대부분 중국계와 베트남계들이 장악한 상태에서 그나마 한인들에게 가장 효자 종목으로 꼽히던 세탁업계에 베트남계의 진출은 한인 비즈니스에 적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 불경기가 닥치면서 세탁업이 가장 타격을 받는 업종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타민족의 저가공세는 가뜩이나 불경기에 시달리는 한인 세탁업계에 엎친데 덮친 악재로 여겨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탁소 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들에 의하면 현재 델라웨어 밸리에 있는 세탁소는 4,300여 개로 그 중 한인들이 운영하는 세탁소가 2,400여 개가 되었으나 지난 1년간의 불경기로 약 300여 개의 세탁소가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나마 현재 문을 열고 있는 세탁소 중 상당수도 떨어지는 매상과 날로 엄격해지는 환경국의 제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쇼핑몰 안에 입주한 세탁소들의 경우 높은 렌트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가게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베트남계 홀세일에 가게를 잠식당한 일부 홀세일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직접 배달서비스를 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문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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