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nglish for the Soul

2009-11-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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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the Cloud of Unknowing / 모름의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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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you and God,
there is a cloud of unknowing.
You cannot know God with words or ideas.
You can only know God with love.

그대와 신(神) 사이엔
모름의 구름이 하나 있다.
그대는 말과 생각으로 하느님을 알 수 없다.
그대는 오직 사랑으로 하느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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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loud of Unknowing, ‘무지(無知)의 구름’이라.
우선 제목부터 불현듯 가슴 속 깊은 곳을 울립니다.
붓다께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 올림에 안에서 스며 나오는
그 미소를 참을 수 없었던 가섭존자의 속내를 슬며시
알 것도 같은 야릇한 황홀감을 선사하는 제목,
The Cloud of Unknowing, The Cloud of Unknowing,
The Cloud of Unknowing, 그렇게 세 번 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속 가슴으로, 그리고, 속 가슴에서
더 속 가슴으로 그 공명을/여운을 이어 봅니다.

서양 중세 14세기 말 경, 익명의 스승이 이름 모를 제자에게
자상하지만 엄격한 가르침을 베푸는 형식으로 풀어 쓴 책
The Cloud of Unknowing은 21세기를 사는 오늘날 지구촌
모든 신앙인들에게 여전히 소중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지식과 따짐을 통해서는 결코 하느님을 알 수 없으며,
그저 모를 뿐인 하느님을 그나마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 존재로 사랑하는 것뿐이라 가르치는 ‘모름의
구름’, 그 몇 구절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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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humble yourself and
seek God with the prayer of your heart.

그러므로 스스로 겸손 하라. 그리고,
그대 가슴의 기도로 하나님을 찾으라.

If your prayer is not from humility and love,
your relationship with God will be a fantasy that
will exist only in your imagination.

겸손과 사랑에서 나온 기도가 아니라면
그대와 신의 관계란 다만 그대의 상상 속에서
빚어진 환상(幻想)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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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모를 뿐! Only Don’t Know!
숭산 조사의 일갈입니다. 단 세 마디로 모든 존재론을
응축합니다. 그러나, 한 편 이 모른다는 앎마저 또한
넘어야 하기에, 모를 뿐이라 외치는 그 함성도 교만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경고를 ‘모름의 구름’은 누차 경고합니다.
겸손하고 겸손하고 그리고 또 한 번 겸손 하라 합니다.
그럼 결국 침묵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신의 소리는
오직 침묵이요, 그 침묵으로 함께 들지 않는 한 결코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신자(神子)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입니다.


영어 단어 ‘unknowing’은 ‘무지’란 수동적인 뜻도 있지만,
’비지(非知)’란 능동적인 뉘앙스도 살짝 담겨 있는 게
사실입니다. 모름이 아니라 억지로 ‘알지 않음’ 또는 알았던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하기도 합니다. ‘unlearn’이란
단어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까요? 배움으로부터 풀려난다는
능동적 의미를 전하는 단어가 바로 ‘unlearn’이지요. 그 동안
정(正)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되어 그야말로
아무런 때도 묻지 않은 동진(童眞)의 나로 되돌아가는 의미를
내포한 말이 바로 ‘unlearn’이요 ‘unknow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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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when you pray,
find God in the Nowhere and
stay there as long as you are able.

그러므로 그대가 기도 할 때에
신을 무소(無所)에서 찾을 일이며
가능한 만큼 바로 거기에 머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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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어느 곳에도 따로 있지 않은 하나님을 굳이
하늘이나 내 속에서 따로 찾지 말라 합니다. 찾는다고
찾아질 하나님이 아니란 겁니다. 이미 다석(多夕) 어른께서
간파하셨듯이 없이 계신 하느님을 찾아 뭣하리요?

말 밖에 계신 존재를 말로 형언할 수 없으니 그저
연꽃 한 송이를 들어 올립니다. 모를 일을 굳이 안다고
우길 수는 없지만, 또한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길래
잔잔한 미소로 답합니다. 그렇게 염화시중의 미소로
신과 교통하는 방법을 ‘사랑 삼매’로 가르치는 게
The Cloud of Unknowing의 요점입니다.


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그러고 보니 다시 원점에 돌아와 있습니다.
중심(中心)으로 회귀하니, ‘모름의 구름’도
둥근 일원상(一圓相)일 뿐입니다.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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