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경험 통해 한 명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2009-10-1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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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폭력 생존자 홍진숙 박사 인터뷰

“제 얘기를 듣고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분들 중에서 한 명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7일(토) 열린 쉼터 음악의 밤 공연을 위해 베이 지역을 방문한 가정폭력 생존자며 성악가인 홍진숙 박사의 바람이다.

홍 박사는 “남편이 목사고 저도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서울신학대에서는 강사로 일하고 있고 아들 둘이 있어 겉으로는 행복한 가정이었다”면서 “뒤에 숨겨진 것(가정폭력)이 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잘 생겼고 의리있으며 남을 잘 챙겨주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면서 “자신의 감춰진 분노를 밖에서는 표출하지 않았다”고 남편의 이중적인 성격을 묘사했다.


11년의 결혼생활 기간동안 끊임없이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홍 박사는 “처음에는 가정폭력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부족해서 혹은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내 자신을 고치려 많이 노력했었다”며 가정폭력은 언어폭력으로부터 시작되고 남자가 여자의 약점을 가지고 컨트롤하기 위해 잘못된 점을 계속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말을 계속 들으면 세뇌되서 정말 맞아도 싼 여자라고 생각하고 맞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을 피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 홍 박사는 “이 사람은 늘 따라와 나에게 보복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때리고 나서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면서 스위트한 면을 보여주는 사이클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이유와 사회적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가정폭력으로부터 탈출하기 힘든 이유들로 꼽혔다.

홍 박사는 1989년 집을 나온 이후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47살에는 미시건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미시건대학 가정폭력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매년 1-2차례 디트로이트 세이프 하우스(Safe House)에서 독창회도 가지고 있다.
집을 나온 지 20년이 됐지만 아직도 치유가 진행중이라는 홍 박사는 가정폭력 치유는 “자기 자신의 성취감을 통해 상처를 이겨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승범 기자> sb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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