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으로 뜁니다”
2009-10-14 (수) 12:00:00
시카고마라톤 완주 시각장애 마라토너 유정하씨
“저에게 있어 달리기는 일반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수단입니다. 달리기는 장애를 떠나서 누구나 평등하게 해주기 때문이죠.”
지난 11일 열린 시카고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한국 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 유정하 회장(64)은 도우미 박광수씨(글렌뷰 러너스클럽)와 손목을 묶고 풀코스를 완주에 무난히 성공했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인 그는 그러나 지금까지 총 15회의 풀코스 완주기록과 총 94회의 하프마라톤 완주기록을 보유한 마라톤계에서는 베테랑급이다. 시카고 마라톤을 완주함으로써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 대회(시카고, 보스턴, 뉴욕, 베를린, 런던)를 모두 섭렵한 유 회장은 추운날씨 탓인지 목표보다 조금 늦게 완주했지만 기록경신보다는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기쁨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시각장애인이 마라톤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도우미가 항상 옆에서 보이지 않게 응원과 조언을 해주며 같이 뛰면서, 페이스도 조절하고 새로운 눈이 되어 도와주기 때문”이라며 도우미의 역할을 강조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여러가지 해봤지만 달리기만큼 즐거운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처음 12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클럽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회원수가 70여명에 이릅니다. 한국에서 도와주는 동호인들과 함께 훈련하며 장애를 잊어버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거죠. 장애인들은 그들 스스로를 울타리에 가두려 합니다. 그렇게 집안에만 있으면 점점 사회와 격리되고 말죠. 하지만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열심히 꾸준하게 해나간다면 못할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지를 비관하고 의욕 없는 삶을 살아왔던 제가 마라톤으로 새 인생을 사는 것처럼 더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를 벗어 던지고 마라톤을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에 참여해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현실적인 후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유정하 회장은 “더 이상 시각장애인이 마라톤을 한다고 신기한 눈으로 보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장애인도 똑 같은 사람일 뿐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용환 기자>
사진: 시카고 마라톤에 출전, 완주한 시각장애 마라토너 유정하씨(우)와 도우미 박광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