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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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들의 슬픈 재회

2009-10-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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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잠깐 만나 헤어졌다. 만남이 이들에게 남긴 것은 한없이 쏟아낸 눈물뿐이었다. 이들은 영영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북의 부모 형제들은 체제와 이념의 도구로 전락돼 60년 넘는 세월을 안고 살아온 동족이다.
시간은 너무 무상하다. 말을 다할 수 없는 부모 형제들이었다. 북한 이산가족들에게는 주거지 자유라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다. 통제의 긴긴 세월 속에 살아온 한민족이다. 인권이라는 가치의 단맛을 모르며 살아온 이들은 어느 한 통제구역에서 눈물로서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60년 동안 살아온 세월은 단 10시간으로 축소됐다. 상봉가족들의 못다한 말은 눈물 속에서 찾아야만 했다. 우리는 이를 단절이라 말하고 싶다.
인생의 갈 길이 너무 짧은 이들은 이념적 체제를 원망스러워 했을까? 부모의 품 안에서 슬픔을 달래는 이들은 정치체제가 극히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말이다.
언제 이들에게도 우리처럼 자유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역사는 사이클이다.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북한 이산가족들이 체험한 공산주의 원리인 무산대중의 지상 낙원 건설은 공허한 것이며 평등은 공수표라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은 대가를 치른 이벤트였다. 현금을 주어야 이산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현재 가족상봉 신청자 가운데 약 5,000명이 세상을 떠나 버렸다. 숫자는 계속 줄고 있다. 어느 시점에 가서는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은 무의미해진다. 중국도 우리처럼 대만과 이산가족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는 자유스럽게 대만 사람들이 마음대로 들어와 시간 제한 없이 며칠씩 같이 지낸다고 한다. 참으로 부럽다. 한민족은 어떠한 이질적인 민족성으로 태어났는가.
지금 미주교포 20만 실향민들은 북한에 남겨둔 부모형제가 보고 싶을 것이다. 이들과 만날 수 없는 고통을 무엇으로 위로할 길이 없어 보인다. 10대에 남한으로 내려온 교포들은 벌써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통일이 오는 그날까지 건강해야 한다. 이것이 한줄기 희망이다. <제주에서>

고근필
전 페닌슐라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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