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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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의한 기자회견

2009-08-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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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을 실감한 기자회견이었다. 연아마틴 상원의원의 기자회견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됐다. 21일 오전 9시. 마감시간에 쫓기는 신문, 방송 등 밴쿠버의 모든 한인 언론사 기자들은 연아마틴을 기다렸다. 처음 20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은 21일로 변경됐고, 로히드 근처 호텔로 예정된 회견 장소는 바로 전날 한인회관으로 갑자기 변경됐다. 지난 주 한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연아마틴에 거는 한인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한국 언론이 마틴에게 보인 관심만큼, 캐나다 한인 언론 역시 마틴의 한국방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마틴 상원 의원이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후 기자는 의원과 접촉을 시도했었다. 외무부 장관을 만나는 등 나름의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마틴 상원 의원은 다른 언론사와의 형평성을 위해 합동기자회견을 원했고, 21일 기자회견은 한국 방문의 성과를 한인들에게 보고하는 자리였다.
마틴 상원의원은 ‘배리 데블린’ 한-캐나다 의원친선협회 공동회장(한인 연락담당 하원의원)과 10여분 늦게 도착했다. 배리 데블린 상원의원은 당일 12시20분 캐나다 정부를 대표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서울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더블린 의원과 함께 한인회관에서 김 전대통령을 조문한 마틴 상원의원은 이번 기자회견의 목적을 혼동하는 것 같았다. 기자 역시 회견 주제가 헛갈렸다. 마틴 상원의원은 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멘토가 데블린 의원이었다. 또 데블린 의원의 북한 인권 관련 활동 역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데블린 의원을 ‘띄워주는’ 발언이었다.
데블린 의원은 모든 것이 갑작스러운 듯했다. 그는 휴가 중이던 어제(20일) 조문단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데블린 의원은 한국사회에 우호적인 발언과 행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캐나다를 대표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업적과 역사적 평가에 대한 분명한 의견을 밝히지 못했다. 본인 역시 한국 전문가는 아니라고 말하며, ‘햇볕정책’ 등 예민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기자의 사견으로 마틴 상원의원은 주류사회에 한인에 우호적인 ‘친한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실제로 최근 마틴은 주요 한인 행사에 장관급 인사들과 함께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활동은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녀의 노력은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상원의원으로써의 기자회견을 요청한다면 내용역시 직책에 버금가는 알맹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틴 상원의원은 다음 주 또 다른 정치인과 합동기자회견이 있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모든 언론사가 다음 주 기자회견에 참석할 것이다. 단순한 보고가 아닌 중량감 있는 회견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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