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이사람아! 누가 멋적은 부탁을 할 때 형께서 하시는 대답입니다. 후배가 약속시간에 늦어 이러고 저러고 죄송해서 핑계를 대면 알았어, 이사람아! 용서하신다는 말씀입니다. 형님은 원래 본인 스스로에도 대해서는 무척 엄격하십니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누구에게나 직선적으로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누가 당신 도움이나 조언이 필요하면 꼭 들어 주십니다.
형님은 항상 스스로를 글쟁이라고 불렀습니다. 형님의 글은 뿌리가 강하고 기둥이 굳건하고 또 당당하게 새우는 글입니다. 이른바 이래야 할 것 아니냐? 하는 論논과 說설이 분명한 글이지요. 이번 평통 14기 출범을 격려하시며 쓰신 유고遺稿를 봐도 당신이 바로 통일 무지개 운동의 뿌리요, 일꾼이다...한반도를 하나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라 이렇게 뭘 해야한다 해야 할것 아니냐? 보통 힘이 넘치는 글이 아닙니다. 우린 이런 글 다시는 못 봅니다.
그런데 풍류에 위트가 넘치는 글도 있습니다. 전에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하셨는데 국빈 만찬장에서 무도회 순서로 가는 직전 김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떳다는 군요. 완전 한국식이지요. 그 때 김우정 형님의 글이 이왕 그런 자리라면 힐러리의 그 날씬한 허리를 착 끌어 안고 춤이라도 한번 멋지게 추어야 하는 것 아니냐? 미국 대통령 부인은 여자아니냐? 스켄들 하나 만들면 어떠냐?
저 개인적으로 제 일생일대 가장 큰 위기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IMF 파동을 겪으며 평생 직장이라고 믿었던 곳에서 하루 아침에 해고된 것입니다.
남자가 한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느낄 때, 그 때 만나고 싶은 그 누가있지 않습니까? 의식했던 못했던 자기 맘속에 큰 버팀 목이 되었던 그 사람을 말입니다. 그 때 제일 먼저 생각났던 사람이 바로 김우정 형입니다. 그때 형은 기회는 위기危機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고 제게 격려하셨습니다. 참으로 맞는 말씀이였습니다. 평생을 월급쟁이로 살아온 제가 회사에서 짤렸기 때문에 Own Business를 하게 되었었습니다.
형 가시는 것을 보고 주위에서 많이 느끼고 깨닿습니다. 주님이 부르실 때는 언제라도 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것. 형처럼 생전에 많이 베풀어야 겠다는 것. 그리고 형처럼 깨끗한 발자국을 남겨야 겠다는 것. 하나 하나 짚어 생각할 수록 우리 컴뮤니티의 큰 별이였던 형님의 무게를 느낍니다. 이제 또 어느 별이 있어서 김우정 형 만큼 크게 뚜렸하게 빛을 발할가?
지난 목요일 윤동주 문학의 밤 행사를 마치고 이쪽 저쪽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랴, 자리 치우랴 제가 좀 바빴는데, 문쪽에서 형이 부르시더라고요. 나 먼저갈께. 갈때는 회장님한테 인사하고 가야지하셨는데, 그게 정말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형수에게 나중 들은 얘기입니다만 그날도 몸이 불편했지만 가봐야 한다고 억지로 오셨답니다. 몸도 불편하신데 뭐하려 나오셨나.안타까운 생각이 들지만 한편 생각하니 형님이 그날 다 작별 인사하려 오셨던 겁니다. 아둔한 우리만 몰랐습니다
나중에 형을 다시 만나면 뭐가 급해서 나중 세상에서 제가 왜 그리 서둘어 가셨냐고 물어 봐야겠습니다. 그러면, 알았어, 이사람아 하실 겁니다. 대답하기 곤란하실 때도 그 말씀을 써먹지 않습니까? 형님 편안히 가셔요. 그런데 내 맘이 왜그리 허전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