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이용한 사기 조심하세요
2009-07-07 (화) 12:00:00
가족·친구 ID로 접속, 대화하며 “돈 빌려달라”요구
한인들도 즐겨 사용하고 있는 MSN 등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해 금품을 노리는 사기행각이 시카고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범죄의 대상이 되어본 이들은 친구나 가족의 계정을 교묘히 이용, 대화를 걸어오는 사기꾼들의 음흉함에 소름이 끼친다는 반응이다.
시카고 북부 서버브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지난 2일 늦은 밤, 모처럼 메신저에 접속하며 말을 걸어온 친구와 함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의례적인 인사가 오고간 후 친구가 조금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한국에 급하게 보내야 하는데 돈을 500~600달러 정도만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최씨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원래 그 친구가 부탁을 잘 하는 성격도 아니고, 또 오죽 급했으면 나한테 까지 물어왔겠느냐는 생각도 들어서 돈을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돈을 30분 안에 부쳐야 한다’는 친구로부터 계좌번호와 이름 등을 받은 후, 최씨는 한국의 친척에 ‘해당 구좌로 돈을 보내라’고 부탁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한국의 친척과는 연락이 닿지 않아 결국 최씨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안한 마음에 최씨는 여전히 메신저 상에 남아있는 친구에게 경위를 설명했으며, 이를 듣고 있던 친구는 ‘어쨌든 고맙다’는 인사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메신저에서 나가 버렸다.
최씨가 메신저상으로 오고갔던 친구와의 대화가 모두 사기였음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튿날이었다. 워낙 돈을 급하게 부탁했던 터라 걱정이 됐던 최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일은 잘 해결됐느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의 대답은 ‘난 너와 메신저로 대화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최씨는 진짜 친구와 통화를 하고 난 후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각종 사기 행각이 판을 치는 생각이지만 MSN의 계정까지 뚫고 들어올 줄은 몰랐다. 내 가족, 친구들의 아이디를 이용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사기범은 아마도 내가 누구와 대화를 하는지, 누구의 계정이 나와 연결돼 있는지 다 알 것 아니냐”며 “이 같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