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빨리 진실 밝혀져야

2009-07-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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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씨 사건 다룬 SBS ‘뉴스추적’ 1일 방영

지난 4월 16일 노스브룩 소재 한인 가정집에서 발생한 폴 고씨 사망사건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룬 한국 SBS의 ‘뉴스추적’이 지난 1일 오후 11시15분(한국 시간) 방영됐다.
SBS 보도제작국팀은 이번 사건을 심층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8박 9일간 시카고를 방문한 바 있다. 70분짜리 이 프로그램은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폴 고씨의 부친 고형석씨의 덩치가 아들보다 훨씬 작다는 점 ▲부검결과 폴 고씨의 얼굴 곳곳에 주먹 등으로 구타한 적이 있는 점 ▲폴 고씨의 몸에는 상처가 많지만 아버지의 몸은 말짱해 다툰 흔적을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에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고형석씨가 기소되기까지 의문점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프로그램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지난 4월 16일 새벽, 노스브룩 타운내 한 집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22살 청년 폴 고씨가 집 현관문 안쪽에 숨져 있는 것을 그의 어머니가 발견했다. 경찰은 아들의 부모를 연행했다. 어머니는 풀려났지만 아버지는 피의자가 됐다. 아버지가 경찰서에서 한국말로 모두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 내용은 법원 속기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를 간추리면, 고형석씨는 아들이 통금시간 11시가 넘어서 외출한 것에 대해 화가 나 있었다. 고씨는 새벽 2시에 들어온 아들과 맞닥뜨렸고, 아들은 고씨를 밀쳤다. 이에 아버지 고형석씨는 주방에서 칼을 가져와 아들의 목에 휘둘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설명은 달랐다. 새벽 기도에 나서던 어머니 고은숙씨가 아들을 발견하고 아버지를 깨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문이 많다. 먼저 아들의 몸에는 상처가 많은데 체구가 훨씬 작은 고형석씨가 200파운드가 넘는 아들을 상대로 몸에 상처하나 입지 않고 쓰러뜨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주방용 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칼은 사건 발생 후 주방 서랍 안에서 발견됐다. 즉, 경찰은 흉기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사건 당일 폴 고씨의 책상 위에는 콜라병 두 개가 놓여있었다. 둘 다 채 마시지 못한 상태였다. 이는 곧 당일 제3자가 폴 고씨의 집에 있었음을 암시하는데도 경찰은 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2층에 있는 부부 침실에 딸린 화장실, 2층 복도의 화장실, 지하실의 화장실 등 세 곳의 세면대와 욕조를 대상으로 혈흔조사를 했다. 지하실에 있는 세탁기와 락스 통에도 검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찰은 (왠지는 모르지만) 아버지를 범인으로 단정했고 아버지가 증거를 인멸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고형석씨의 옷이나 몸에 묻었을 아들의 혈흔을 아버지가 물로 씻었다고 추정하고, 집에서 물이 나오는 모든 곳에서 혈흔 검사를 실시한 것이다. 바깥에서 침입한 제3자가 범인이라고 판단했다면, 범인이 부부가 자던 침실의 화장실까지 들어와 혈흔을 씻었을 리가 없다. 경찰은 ‘아버지=살인범’ 공식을 세워놓고 증거 인멸의 증거를 찾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SBS측은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 경찰이 이렇게 수사했다면, 언론,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흠씬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경찰의 재수사를 통해 하루 빨리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가족들의 깊은 상처가 아물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웅진 기자

사진: 고형석씨와 숨진 아들 폴 고씨 부자의 다정했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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