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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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유한한 인생

2009-03-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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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수 목사 <페닌슐라 한인침례교회 담임>

건강했습니다. 별로 아픈 데 없이 해야 할 일들은 잠을 걸러서라도 해놓곤 했습니다. 종합 검진 시 약간 높은 수치들은 처방약과 운동으로 잘 조절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기력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을 느껴 오다가 한 달 전에는 자다가 목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처음엔 잠을 잘 못 자서 그런가 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거기다 오십 견까지 곁들여 목과 어깨 부분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앉아도 불편하고 서도 불편하고 누워도 불편합니다. 치료를 받고 있으니 곧 낫겠지만 갑자기 세월을 느낍니다.
65세. 어느덧 65세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강건한 사람도 세월을 거슬려 갈 수 없고 아무리 착한 사람에게도 세월은 멈춰 주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이 항상 남의 일만 같다가 갑자기 내 일로 되어 눈앞에 서 있습니다.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유한함을 절감합니다. 어쩔 수 없이 유한한 인생이 무한을 쟁취하려다 보면 무리가 생기고 시행착오를 넘어 모두에게 어려움을 안겨주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 난관을 보십시오. 어쩌다 GM 같은 거대한 회사가 휘청대고 Bank of America 같은 은행 중에서도 크다는 은행이 변명 한 마디 못하고 얼굴이 벌개져 있단 말입니까? 한 곳에 모아 놓으면 한 도시를 이룰 만큼 많고도 많은 경제학 박사들과 유수한 정치인들이 이 현실을 왜 미리 알아차려 예방 못했단 말입니까? 그보다 더 많을 교육 전문가들과 상담심리학자들을 비웃듯 요즘 미국 공립학교는 그 수준이 세계 1위에서 30여 나라 뒤로 밀려나고 도덕 부재 아성이 된 것은 또 어찌된 일입니까?
유한한 인생들이 분수를 모르고 우주를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무한하신 분을 젖혀놓은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그 크신 분 앞에서 인생이 조금만 더 겸손하여 조심했더라도 오늘날의 도덕 부재와 경제 난관은 면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아름다운 모습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어떤 천사의 모습입니다. 그 천사는 여섯 날개가 있는데 두 날개로는 얼굴을 가리고 두 날개로는 발을 가리고 나머지 두 날개로는 날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입니다. 겸손히 얼굴과 발을 가리면서도 두 날개로 날면서 할 일은 충실히 하는 모습입니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되고 입이 떡 벌어지는 전자제품이 많이 나와도 인간은 세월 앞에서와 여러 면에서 어쩔 수 없이 유한한 존재임을 느끼며 창조주 앞에 두 발을 가리는 겸손을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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