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인 한잔하며 사랑의 밀어 속삭여볼까

2009-02-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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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종별 베스트 와인 7

꼭 밸런타인스 데이가 아니라 해도 이미 와인은 연인들의 특별한 순간 특별한 식사에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와인이 등장하는 세팅은 왠지 로맨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다 그 매혹적인 색깔이 두 사람의 무르익은 사랑처럼 아름답고,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적절한 알콜 도수는 서로의 감정을 우아하게 고조시키기 때문에 와인이야말로 ‘사랑의 음료’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밸런타인스 데이에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흔히 샴페인이나 디저트 와인, 혹은 로제가 추천되곤 한다. 입안에서 별들이 불꽃놀이라도 벌이는 듯 수많은 기포가 연인들의 사랑을 축하해주는 샴페인도 좋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디저트 와인으로 달콤한 사랑을 표현할 수도 있으며, 투명한 핑크빛의 로제 와인은 보기만 해도 볼을 붉힌 여인처럼 로맨틱해서 연인들의 디너에 더없이 잘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공식은 없는 법. 특히나 초보 수준을 지난 와인애호가들이라면 굳이 판에 박힌 추천을 따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멋진 디너를 준비하고 있다면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이 중요하지, 식전 혹은 식후에 마시는 샴페인이나 디저트 와인만으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 이번 밸런타인스 데이에는 어떤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좋아하는 와인이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 혹은 그(그녀)가 좋아하는 와인, 그것이 가장 좋은 선물이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꽃과 촛불이 있는 캔들라잇 로맨틱 디너에서 황홀하게 입안을 적셔줄 와인을 품종별로 하나씩 골라보았다.




▲샤도네 2007 Far Niente, Napa



이국적인 이름과 예쁜 레이블이 인상적인 파 니엔테는 우아하고 고급스런 스타일의 와인이다. 와인 전문잡지들이 거의 매년 ‘올해의 샤도네’로 꼽을 만큼 섬세한 맛을 갖고 있으며 한번 맛본 사람들은 맑고 환상적인 맛을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강렬함에 프랑스 스타일의 섬세함이 결합된 신선한 맛, 멜론과 무화과의 달콤한 맛, 시트러스의 새콤짜릿한 맛이 아주 잘 조화돼있어 아름답고 기품있는 귀부인을 만난 듯하다. 45달러.


▲리즐링 2007 Joh Jos Prum, Wehlener Sonnenuhr Spatlese



J. J. 프룸 사의 벨레너 조넨우어 리즐링 슈팟레제는 복숭아와 레몬, 멜론, 바닐라 사과향기가 신선한 리즐링이다. 너무나 상큼하면서도 델리킷하고 우아하기 때문에 마실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특히 2004년과 2007년 빈티지는 아주 좋았던 해에 만들어진 와인이라 더 감동적인 맛을 선사한다. 50달러.


▲피노 누아 2006 J, Russian River Valley



J 라는 알파벳 한 글자 이름이 특이한 이 와이너리는 한인들도 많이 아는 ‘조던’(Jordan)의 주인인 탐 조던의 딸 주디 조던이 운영하는 곳이다. 맛있는 샴페인과 피노 누아로 유명한 J 와이너리의 피노 누아는 깨끗하고 섬세하고 향기롭다. 딸기와 체리, 래즈베리 등 복합적인 과일향을 포함하면서 오크통 발효와 숙성에서 얻어진 바닐라, 후추, 콜라 등의 터치, 그리고 풍요로운 소노마 카운티의 토양이 내어준 부드운 흙맛이 팔레트를 감전시킨다. 30달러.

▲멀로 2006 Duckhorn, Napa Valley



덕혼은 나파 밸리에서도 우수한 멀로를 만들기로 이름 난 와이너리다. 프랑스 보르도의 최상급 멀로 생산지, 생테밀리옹과 포메롤의 멀로와 같은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덕분에 미국에서 보르도와 매우 근접한 멀로를 만들어내는 와이너리가 되었다. 블랙 체리와 자두의 맛이 풍부하면서 흙냄새와 담배 냄새를 부드럽게 수용한 완벽한 균형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 52달러.

▲카버네 소비뇽 2005 Chateau Montelena Napa



나파 밸리 북쪽의 칼리스토가에 위치한 샤토 몬텔레나는 샤도네와 카버네 소비뇽을 모두 다 잘 만드는 와이너리다. 원래는 샤도네가 유명했으나 요즘은 카버네 소비뇽이 그 우아하고 균형잡힌 맛 때문에 더 환영받고 있다. 샤토 몬텔레나 ‘에스테이트’ 카버네 소비뇽은 보통 120달러가 넘는데 이 카버네는 3분의 1가격으로 그 비슷한 맛의 향연을 엿볼 수 있다.
카버네 소비뇽의 특징-강렬함, 묵직함, 향기로움, 우아함, 그리고 적당한 떫기까지 조화롭게 수용하여 아름다운 맛을 낸다. 로버트 파커가 90점을 매겼다. 스테이크 디너와 아주 좋은 궁합을 이룰 것이다. 42달러.

▲디저트 와인 2005 Guiraud, Sauternes



소테른은 디저트 와인의 황제로 불리는 최고의 와인이다. 2005년산 기로 소테른은 와인 스펙테이터가 97점을 매기고 ‘2008년 100대 와인’에서 4위로 선정한 엄청나게 맛있는 와인이다. 소테른 특유의 곰팡이균 맛과 레몬 타르트, 익힌 사과향, 오렌지, 복숭아 맛이 나면서 크림과 바닐라, 강렬한 열대 과일 맛을 지닌 풀바디 와인으로 꿀같은 뒷맛이 아주 길고 화려하게 남는 황금빛 디저트 와인이다. 전문가들은 2014년 이후에 가장 좋은 맛을 낼 것이라고 하지만 오늘 지금 이 시간에 마셔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운 맛을 낸다. 60달러.

▲샴페인 Philippe Gonet Brut Rose



약간 붉은 빛을 띤 로제 샴페인이야말로 밸런타인스 데이를 로맨틱하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이다. 필립 고네의 로제 샴페인은 100% 피노 누아를 사용해 만들어진 샴페인으로 꽃향기와 딸기 맛이 지배적인, 너무나 사랑스럽고 화려한 와인이다. 장미꽃 향이 나는가 하면 살구향도 맡아지고, 체리와 래즈베리를 비롯한 갖가지 과일향이 그윽하다. 입안 가득히 부서지며 우아하고 화사한 포말을 남기는 기포, 아름다운 색깔과 함께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이 짜릿하고 황홀하다. 35달러.

*여기 소개된 와인들은 모두 할리웃의 K&L 와인샵(1400 Vine St. Hollywood, CA, 90028 (323)464-9463)에서 살 수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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