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 만남, 오감으로 느끼는 와인

2009-01-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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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감각이나 감수성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일정부분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어떤 와인이든 한 모금 마시면 어느 지역, 무슨 품종의 포도로 만들어진 몇 년 정도된 와인이라는 것까지 알아맞히는 와인 전문가도 태어날 때부터 그런 감각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은 아니다. 그들은 무한한 훈련을 통해 남들보다 뛰어난 감각과 감수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건 단지 와인 전문가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가끔씩 상상을 뛰어넘는 시대의 감각을 알아채고 거기에 맞는 전략이나 적합한 인물을 기용해 성공을 거두는 이른바 ‘업계의 달인’들의 뒤안길에는 역시 무한한 노력들이 숨겨져 있다.


스펙트럼으로 와인 숙성도 체크
레드 와인 시간 흐를수록 연해져
화이트 와인은 갈색으로 진해져


▲눈으로 빛깔과 연륜을 읽는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느끼는 부분이 시각인 것처럼, 와인도 먼저 마시기 전에 빛깔과 투명도, 점도 등 와인의 외관을 눈으로 체크한다. 이런 시각적 관찰은 와인의 특성과 숙성 정도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게 해주는 첫 번째 열쇠이다.

먼저 투명한 와인글라스에 4분의1 정도 와인을 따른 후, 가급적 하얀 바탕 위에 약 45도 정도 기울여서 잔을 들여다보면 와인의 빛깔이 스펙트럼처럼 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가운데가 짙은 농도를 띠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엷어지는 이 스펙트럼 없이 색상이 단조롭다면 영(young)한 와인이라고 보면 된다. 대체로 색의 스펙트럼이 많을수록 숙성된 와인임을 암시하며 좀 더 복합적인 맛과 향을 지닌다. 또한 와인은 그 농도로 나이(숙성기간)를 판단할 수 있는데, 레드 와인은 처음에는 푸른빛이 도는 짙은 보라색에서 시작하여 숙성이 될수록 루비색을 거쳐 옅은 벽돌색으로 색이 점점 흐려지고,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과는 반대로 숙성이 될수록 옅은 짚색에서 갈색으로 색이 점점 진해진다.

와인 색상의 스펙트럼과 농도는 마치 사람의 연륜과 같다. 스펙트럼은 사람의 나이테와 같고, 농도는 오랜 경험을 통해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여유와 같다. 하지만 이것은 천성적인 기질과 성장 과정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사람의 그것처럼 와인도 포도 품종이나 양조 방법에 따라 색상 자세나 색의 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한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보라, 가넷(심홍색), 루비색을 띠고 숙성된 와인의 경우에는 마호가니, 오렌지 빛이 도는 빨강, 그리고 갈색 계통의 색상을 갖는다. 와인의 색상은 포도껍질과의 접촉에 의해 생기는데, 껍질이 두꺼울수록, 또 기후가 따뜻한 곳일수록 그 색상이 짙다. 만약 화이트 와인이 녹색 빛을 띤 연한 노란색이라면 일반적으로 추운 지방에서 생산되었다고 볼 수 있고, 깊고 그윽한 진한 노란빛의 색조를 띠었다면 따뜻한 기후에서 생산되었거나 오크통에서 숙성되었을 수가 있다. 또는 화이트 와인 품종 중 진한 색상을 가진 게브르츠트라미너와 같은 포도 종류로 만들어졌을 것이라 추론해 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글라스를 가볍게 스월링(swirling: 와인 잔을 돌려 소용돌이치게 하는 것)시켜 글라스 내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방울의 흔적을 관찰하는데, 이 흔적을 흔히 와인의 눈물(tears) 혹은 다리(legs)라고 한다. 이 눈물은 와인의 힘(power)의 정도를 의미하는데, 알콜 도수가 높거나 글리세롤, 당의 함유량에 의한 결과이다. 당도를 높이기 위해 늦게 수확된 와인이거나 이런 성분들이 풍부한 와인은 그렇지 않은 와인보다 더 두드러진 눈물을 형성하고 잔에서 떨어지는 속도가 더 느리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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