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하관식 날에
2009-01-28 (수)
청천의 벽력이 또 따로 있겠는가
아내는 소파에 파묻혀 흐느끼고 있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풍경 소리는 고요를 깨뜨리는데
힘 잃은 가을 햇살이 뒤뜰에서 서성대다
방안을 기웃거린다
이제, 삶을 체념한지 며칠이던가
오늘은 무 국 끓이는 법을 전수받고 있다
적당한 크기로 무를 썰고 기름은 한 방울 정도
살짝 볶은 다음 국물을 붓고 있다
뒤돌아보다 마주치는 너 와 나
네 개의 눈에서 피보다 짙은 이슬이 맺힌다
미우라 아야꼬의 ‘이 병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
당신 그 책 기억 나…
유난히도 빨갛게 단풍졌던 가을은 가고 지금은 한겨울
“췌장에 이상 있음” 통지 받은 지 4개월
동토의 땅을 무엇이 바쁘기에 저 곡괭이 기계차는
사정도 없이 파 내려가고 있는가
주여 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평생을 내 가냘픈 팔에 매달려 살던 나의 아내
그 영혼은 당신의 집으로 데려 가시되
육체만은 썩지 않게 하여
내 이 땅에 남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 곁에 있게 하여줄 수 없겠습니까,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