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자존심이란 무엇인가

2009-01-21 (수)
크게 작게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손님들과 접하면서 겪는 스트레스였다. 특히 손님들이 툭툭 던지는 말에 나는 많이 자존심을 상해했다. 하루는 한국에서 온 단체 여행객들이 우리 가게를 찾았다. 다른 손님들도 있는데 그 손님들은 무척이나 소란스럽게 이야기를 했고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도 많았다. 그렇지만 정말 나를 자존심 상하게 한 것은 반말로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순간 ‘내가 누군데 나한테 반말을 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 그 손님들에 대한 내 서비스는 형편이 없어졌다. 그 손님들도 나의 서비스가 좋지 않았는지 불편한 기색을 하고 우리 식당을 떠났다.

하지만 그렇게 손님들을 보내고 나는 무언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식당에서 일하는 이유는 손님들에게 대접을 받으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있는 것인데 나는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손님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기분이 상하면 그 다음에 오는 손님들에게도 나쁜 서비스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작은 일에 자존심 상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처음으로 식당에서 일하면서 지켜야 할 자존심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해 보았다. 나는 그때까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내가 서비스를 하는 만큼 나도 손님들에게 존중 받고 대접받아야 하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식당에서 일하면서 진정 지켜야 할 자존심은 좋은 음식과 서비스로 손님들을 만족시키는 프로정신이었다.


음식을 만들어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질이 안 좋은 음식을 손님들에게 준다는 것은 참으로 자존심 상해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손님이 즐겁고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서비스를 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식당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자존심 상해해야 할 일이다. 가끔 한인타운에 가서 식사를 하다보면 정말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나는 그분들의 표정에서 예전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 ‘나도 한국에서는 살만 했는데’ 등등 과거의 나를 인정받으려는 심리가 마음속에 있는 것 같았다.

물론 10년이 넘게 식당장사를 해온 나도 가끔씩 손님들의 무례함에 마음이 힘들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절대 손님들 때문에 자존심 상해하지는 않는다. 무례한 행동은 그런 행동을 하는 손님의 문제이지 나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 내가 자존심 상해야 하는 일에는 집중을 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손님이 우리 가게 음식을 먹고 만족하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그리고 손님이 우리 가게의 서비스에 불평하면 그것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 상해한다.

식당을 하다 보면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다양한 손님들이 모두 나에게 정중하게 대해 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손님들과 접하면서 자존심 상해하고 힘들어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존심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일단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하면 최고의 음식과 성실한 서비스로 손님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것이 내가 식당에 있는 이유이고 그것이 내가 지켜야 할 진정한 자존심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손님들에게 상처받지 말아라. 무례함은 그 손님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다.
2. ‘내가 누군데’라는 생각은 버리고 손님을 만족시키는 프로정신을 가져라.
3. 나를 대접해 달라는 자존심이 아니라 나의 일에 대해서 자존심을 가져라.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