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공한 비즈니스맨, 잘 조화된 와인

2009-01-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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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와인을 모르면 대인관계가 어려울 정도로 식탁에서 와인이 화제의 대상입니다. 특히 고객과의 거래가 많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와인에 대한 이해는 성공전략의 필수로 여겨질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푸드 섹션은 한국의 와인 전문가 김기재씨가 꼭 필요한 와인 매너와 와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엮은 책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넥서스 Books)의 내용을 연재합니다. 어디서부터 와인을 공부해야할 지 막막한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탄닌·산도·단맛 ‘조화와 균형’이뤄야
떫고 쌉싸름한 맛, 세월 흐르며 깊은 맛


◆진정한 글로벌 리더의 조건과 와인의 삼박자


우리는 좋은 와인을 마실 때 “흐음, 균형이 잘 잡혀있군(Well-Balanced)” 또는 “맛이 참 조화롭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너무 떫은걸. 왜 이렇게 쓴거지?” “너무 셔서 나한텐 맞질 않아” “이건 너무 꿀처럼 달잖아” “밋밋한게 물맛 같군” 이라고 할 때가 있다. 바로 못된 송아지 뿔같이 조화와 균형을 잃은 와인을 마셨을 때다. 균형이 깨진 와인은 각각이 가진 장점들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그 단점이 장점마저 덮어버린다. 와인 속에 존재하는 모든 맛과 느낌들은 개별적으로 단순히 섞여 있는 상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새로운 맛과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탄닌, 산도, 단맛의 변화

와인을 평가하는 척도는 한마디로 ‘조화와 균형’이다. 이 조화(Harmony)와 균형(Balance)’은 삼각형의 모양으로 나타낼 수 있다. 숙성되지 않았을 때 입 안쪽을 조이는 땡감의 느낌, 또는 제대로 숙성되었을 때 느껴지는 실크처럼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쓴맛인 탄닌(Tannin), 신선하고 청량감을 주는 신맛으로 대변되는 산도(Acidity), 그리고 나머지 한 축은 부드럽거나 달다고 묘사되는 단맛(Sweetness)이다. 와인 미각의 특징은 신맛, 단맛과 탄닌의 쓴맛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결과로써 나타난다. 와인 맛 수준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가장 큰 척도는 바로 이 ‘조화와 균형’이다.

10달러짜리 와인도, 또 1000달러짜리 와인도 그 ‘조화와 균형’의 원리는 똑같다. 다만 그 삼각형의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싸고 유명한 와인들은 삼각형이 우선 크고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저렴하지만 그런 대로 맛이 괜찮은 와인들은, 비록 그 삼각형의 크기는 작지만 그 작은 가운데서도 세 꼭지점이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삼각형크기의 크고 작음은 와인의 숙성과 관련이 있다. 사람이 성숙되어가듯 와인도 숙성되어간다. 떫고 쌉싸름한 맛은 세월이 흐르면서 실크처럼 부드러운 맛으로 변하고, 따가운 신맛은 기분 좋은 새콤한 맛으로 변한다. 다만 작은 삼각형을 가진 와인들은 그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명이 짧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반면 우리가 소위 그랑크뤼급 와인이라 부르는 고급 와인들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숙성되면서 깊이있는 맛을 만들어낸다. 예를들어 가을철 겉절이처럼 바로 만들어 즐기는 보졸레누보가 그 라이프 사이클이 아주 짧은 반면, 김장김치같이 오랜 숙성을 필요로 하는 그랑크뤼급 와인은 라이프 사이클이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50년을 훌쩍 넘기는 것이다. 보졸레누보가 반짝 스타로서 영광을 누리는 반면, 그랑크뤼급의 와인들은 오랜 세월 우리의 기억에 남는 조용필, 패티김 같은 국민가수가 된다. 그 만큼 깊이 있는 맛은 인고의 세월을 필요로 한다.

◆위대한 와인도 슬럼프를 겪는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은 오랜 세월, 세파를 견뎌내며 조금씩 강건해져간다. 그러면서 깊이를 만들어간다. 지금은 성공해 있지만 그들의 삶이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대기만성형 비즈니스맨들이 성공하기까지 겪는 인생과 비즈니스에서의 역정은 수많은 슬럼프를 이겨낸 결과일 때가 많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에도 이른바 침잠기라는 것이 있는데, 아무리 위대한 와인이라도 숙성 과정에서 슬럼프를 겪는다. 숙성이 필요한 고급 와인은 아직 영(Young)한 경우에 흐트러지거나 균형이 없는 맛을 낼 수 있다. 즉 당도, 산도, 탄닌, 알코올, 맛 등의 요소가 서로 분리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때론 전혀 아무런 맛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숙성되면 모든 요소가 통일되어 구조와 맛이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침잠기를 넘긴 와인은 비로소 수준 높은 와인으로 거듭 태어난다.예를 들어 호주의 펜폴드 그랜지 와인은 1950년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혹평이 쏟아지고 생산 중단 위기에도 처했지만 세월을 묵묵히 기다리며 차분히 숙성시켜온 그 와인은 이제 세계의 와인 수집가들이 매년 새 빈티지의 출하를 손꼽아 기다리는 세계적인 명성의 와인이 되었다.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이 인생의 행복과 함께 고독, 번민, 좌절과 실패등을 통해 서서히 완성되어가듯이, 와인은 단맛으로 대변되는 인생살이의 뿌듯함, 일의 성취에서 오는 보람과, 삶의 깨달음 같은 신맛, 그리고 인생과 비즈니스에서의 좌절과 비애를 보여주는 쓴맛처럼 세월에 의해 잘 조화되어 위대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신만의 삶의 균형 지표를 갖자

‘Dinner for 8’이라는 요리책을 펴낸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삶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면서 여유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수단이 요리”라고 서문에서 밝혔다. 최고의 반열에 오른 지휘자로서 부와 명성을 누리는 그 역시 가족을 위해 차리는 요리, 그리고 함께하는 와인을 통해 삶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가치관 속에서 삶의 균형 지표를 규정할 수 있다. 규정된 가치들을 어떻게 잘 조합하여 균형있게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하면 될 것이다. 삼각형 크기가 작든, 크든, 한쪽으로 기울면 와인 맛이 그렇듯이 인생도 그렇게 불완전해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맨이 겪어야 할 세가지 실패

조화롭고 균형잡힌 훌륭한 맛의 와인이 탄생하기까지 역경과 인고의 세월을 겪는 것처럼 성공하는 비즈니스맨들 역시 극복해야만 할 세가지 실패에 직면한다. 그것은 인재의 실패, 재무의 실패, 전략의 실패이다. 믿고 있던 인재의 배신으로 인한 실패는 인재 관리의 중요함과 동시에 노하우를 갖게 해주고, 예기치 않은 도산은 재무 관리의 틀을 재정비하게 해준다.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과신이나 사업적인 결정에 대한 오판으로 인한 전략의 실패는 후에 새롭게 하는 사업에 있어 시장과 미래를 보는 시각을 열어준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김기대 지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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