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덕모 주밴쿠버총영사

2009-0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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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포 단체간 협력 시급 할 때

▶ ■본보 2009년 신년 특별인터뷰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인동포와 본보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동포 여러분, 그리고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 희망의 2009년 기축년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우리 교민들의 경제는 한국원화 환율의 극심한 약세까지 지속되어 더욱더 어려우리라 생각됩니다. 모쪼록 이러한 경제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시고 새해는 동포 여러분 모든 가정마다 기쁨과 축복이 가득하고 신바람 나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총영사께서 재임하는 동안 밴쿠버지역 한인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에 연아 마틴 상원의원이 주류 정치에 진출했고, 고든 캠블 BC주 수상이 한국을 다녀오고, BC무역관이 개설됐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캐나다간 오픈스카이가 체결됐습니다. 굵직굵직한 낭보를 잇따라 접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정말 지난 한 해는 우리 밴쿠버 한인동포들의 해묵은 염원이랄까 숙원사업들이 한꺼번에 이루어진 해였습니다. 2008년이 1929년 이래 최대라고 하는 경제위기를 맞고, 또 미국에서 최초로 흑인대통령을 탄생시킴으로써 세계역사상으로서도 복합적인 의미로 기록될 역사적인 한 해였지만, 우리 밴쿠버 동포사회로서는 40여년 이민역사에 길이 기록될만한 축복의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캐나다, 특히 서부캐나다 내에 우리 한인사회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반영해주는 것이며, 이는 무엇보다 지난 40여 년간 동포 여러분 모두가 보여준 남다른 근면함과 성실함, 그리고 동포사회의 단결에 힘입은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빌려 그동안 동포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많은 개인적 이익을 희생하시며 애써주시고 솔선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저 재임 중에 이러한 경사들이 한꺼번에 일어나 무척 행운이었고, 또 제 30여년 공직생활 통 털어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기억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밴쿠버지역 한인 이민역사가 40여년에 이르면서 2세들에게 기념비적인 업적을 물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논의가 일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소위 ‘한인문화센터’ 건립움직임인데 추진방향을 놓고 설왕설래 하는 것 같습니다.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현 ‘한인회관’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나 낡고 옹색하여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물론 이 건물도 십 수년 전 우리 동포들이 정성을 모아 힘들게 마련한 것으로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지만, 세월이 흘러 입지조건도 열악해지고 건물도 낡아 우리 한인사회의 위상에 못 미치고 또 현실적으로 한인사회의 다양한 욕구(needs)를 만족스럽게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으로는 사무실, 공연장, 회의장, 그리고 식당 공간을 마련하여 그래서 우리 모든 단체들 사무실이 입주하고, 모든 한인 문화행사 공연도 그 때마다 공연장소 물색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지출 없이 이곳에서 하는 등 한인사회의 자족적이고 복합적인 활동 및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그런 시설물이 하나 있으면 하는 것이 총영사로서 저의 솔직한 바람입니다. 즉, ‘한인회관’ 또는 ‘한인문화센터’이던 그 명칭을 불문하고 현지 일본인사회가 갖고 있는 ‘니께이센터’와 같은 우리 한인사회 전체의 커뮤니티 센터 성격의 건물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추진할지의 여부와 그 성격, 용도, 규모, 추진주체, 재원조달 방법 등 구체적 추진방안은 온전히 우리 동포사회가 스스로 결정할 몫이기 때문에 총영사관에서 주도적으로 나설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뜻있는 동포지도자들 사이에 그런 움직임과 논의가 있는 것을 매우 반갑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우리 동포사회가 정말 이민후세들이 자랑스러워 할 귀중한 선물을 남긴다는 심정으로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고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은다면 밴쿠버 동포사회의 잠재적 역량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소의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우리의 힘을 모아 한국전 참전기념비도 건립하지 않았습니까? 이 일을 추진함에 있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동포사회가 신뢰할만하고 충분한 능력을 갖춘 추진기구를 구성하는 것이고 한인회를 위시한 모든 단체들이 단체중심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성공가능성이 가시화된다면 총영사관으로서도 다만 얼마라도 모국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총영사께서 역점을 두고 올해 추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저는 늘 영사관의 기본업무에 충실하여 내실을 기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올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여 특별히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첫째, 영사․민원서비스를 고객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둘째, 작년에 자매결연 체결로 인프라가 구축된 경기도와 BC주간의 교류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셋째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고국 선수단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선수들이 충분히 제 기량을 발휘하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한국이 효과적으로 홍보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아울러 앞서 말씀드린 ‘한인회관 또는 한인문화회관’ 건립문제가 본격적으로 진행이 된다면 본국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내는 일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지난해 본보는 창간기념일 특집으로 ‘한국어가 곧 경쟁력이다’는 주제로 각계 인사들로 구성해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그때 한인 2세뿐만 아니라 타 인종들에게도 한국어를 널리 보급하기 위한 한인단체(한인회, 노인회 등)들과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어 보급 확대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우선 한국계 학생들에 대한 한국어 보급 확대 문제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물 먹을 생각이 없는 말을 시냇가로 억지로 끌고 가서 물을 먹이는 일은 힘만 들고 결국 성공을 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 보급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한국어 보급 확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계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한국어 습득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이를 열심히 하고자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언어라는 특성상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과정에서의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많은 학부모들께서 이왕 캐나다에 이민 와서 사는데 영어를 조금이라도 더 잘해야지 한국어가 무슨 소용 있겠느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씀이지만 캐나다라는 국가 성격, 또 하루하루 점점 더 글로벌화 되어가는 세계를 생각한다면 단견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동포들이 다민족․복합문화국가인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민자로서 민족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차원의 당위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실용적 측면에서 세계 제13위권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모국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캐나다에서 자기의 경쟁력을 보다 쉽게 배양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하겠습니다. 결국 한국어 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홍보활동이 한국어 보급을 위한 가장 핵심이라 하겠습니다. 수요기반만 확충된다면 총영사관으로서는 본국 정부로부터의 지원 요청, 주재국 정부로부터의 협조 요청 등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일보 같은 언론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글 백일장 같은 행사도 효과가 있지만 이에 더해 피부에 와 닿는 사례 등 소개를 통해 한국어 습득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기사를 게재하는 것이 효과가 크리라 봅니다. 타 민족들에 대한 한국어 보급 확대 문제도 결국은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방안을 강구하기 보다는 한국과 캐나다간 경제교류 활성화, 한국문화의 우수성 홍보 등 기존의 시책을 꾸준히 강화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관련하여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이미 한류의 영향으로 UBC 등 대학에서 한국어 수강 신청자 수가 최근에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비용문제로 한국어 교수 전담요원을 확충하지 못해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분간 여러 가지 예산 제약상 한국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인데, 우선 이 모멘텀을 잃지 않기 위해 동포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 주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인 동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작년 한 해 40 여년의 캐나다 이민역사에 남을 만큼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우리 동포사회가 다민족․복합문화국가인 캐나다 내에서 믿음직스럽고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확고히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극복하고 더 힘써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동포사회 내 상존하고 있는 대립과 갈등이 빠른 시간 내에 치유되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동포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보다 큰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각기 다양한 동포단체간 긴밀한 협력 체제를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연아 마틴의 상원 진출을 계기로 좀 더 많은 인재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연방, 주 및 시의 정치계로 진출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체제에 적응하는 이민생활이 아니고 능동적으로 우리 스스로에게 유리한 체제를 만들어 가는 이민생활을 위해서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첩경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미국의 유명 작가인 마크 트웨인의 남긴 말을 동포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이십년 후에 당신은 당신이 했던 일보다는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 더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밧줄을 던지십시오.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를 시작하십시오.” /안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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