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싸한 홍어회엔 쌉쌀한 ‘그라벨로’

2008-12-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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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기고

포도주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 오래지 않아 단지 서양의 문화로 여겨져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와인은 서양 음식과 잘 어우러진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식이나 일식과 와인을 마실 경우 재미를 못 보았다는 분들이 꽤나 많이 계시다. 그렇다고 와인을 즐기기 위해 양식만을 먹을 수도 없고 이제라도 우리가 즐기는 동양의 음식과도 어우러지는 와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와인만을 마시면 맛있던 와인이 음식과 어우러지면 서로를 감싸지 못해 음식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생선구이와 풀바디의 적포도주, 매운탕과 상큼한 향의 백포도주 또는 달달한 약식과 드라이한 샴페인 등과 같이 음식이 와인의 맛과 향을 압도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와인 맛은 바꿀 수 없지만 요리는 얼마든지 변화를 줄 수 있으니 와인에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집에서 손님을 초대하거나 모임을 가질 경우에 정식 메뉴와 그에 어우러지는 와인을 소개해 달라는 청을 많이 받아 왔다. 대부분의 정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채요리와 디저트를 포함하여 여섯 가지 음식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이에 맞는 여섯 가지의 와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의 독특하고도 다른 느낌의 정찬과 그에 어우러지는 와인과 함께 궁극의 와인 여행을 떠나보자.

(1)한식과 와인 정찬

우리의 음식인 한식은 맵고 짜며 강렬한 음식이라고 단정 지어져 있다.
여기 소개하는 여섯 가지 와인은 모두 와인의 맛과 향이 스파이시하다고 평가되는 와인들이다. 여기 소개하는 한정식 메뉴는 정성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정식 메뉴보다 가정에서 비교적 손쉽게 준비할 수 있는 메뉴로 구성했는데 와인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깔끔한 샐러드와 해파리 전채 다음으로 전야와 생선찜 그리고 메인으로 쇠고기 요리가 나오고 후식으로 고유의 떡이 나오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얇게 썬 쇠고기를 살짝 데쳐 얼음물에 담가 식힌 후 곱게 채 썬 양파, 깻잎, 대파, 무순 등과 섞어 고소한 깨를 듬뿍 갈아 넣은 간장소스로 버무린 소고기 깨 소스 샐러드는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드라이하면서 깨끗한 맛의 게부츠트라미너(Gewurztraminer)가 제격이다.

해파리냉채에는 해파리로 만 새우와 함께 겨자소스가 얹혀지는데 겨자의 향과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산지오베세 품종의 키안티(Chianti)가 제격이다. 정식에서 빼놓을 수 없으며 차가운 전채요리에서 따뜻한 음식으로 전환하는 포인트가 되는 따뜻한 전야에는 담백한 남아프리카 특히 스톨른보쉬 지방의 샤도네(Chardonnay)가 적격이다.

한국에서 홍어는 금값이지만 미국에서는 칠레에서 수입되는 질 좋고 값도 저렴한 홍어가 있어 맛있는 홍어찜을 즐길 수 있다.

쌉싸래한 소스의 맛과 향 때문에 요즘 한창 김치와인으로 인기가 있는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방의 그라벨로(Gravello)가 제격이다.


양식에 스테이크가 있듯이 한식에는 떡갈비가 있다. 떡갈비를 만들 때 마늘과 양파 등이 들어가 강한 향을 내므로 이에는 캘리포니아 특산인 스파이시한 진판델(Zinfandel)이 제격이다. 이와 함께 계절의 미각을 즐길 수 있는 메생이 국과 밥이 곁들여지면 신선함과 함께 곡기를 즐길 수 있다.

한식과 와인의 조화는 두 가지 음과 식이 모두 강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와인만을 마실 경우에는 맛과 향이 풍성하여 마시기 쉬운 와인이 좋지만 음식과의 조화를 위해서는 이태리 와인과 같이 신맛과 떫은 맛이 두드러지는 강한 맛의 와인이 더욱 잘 어우러지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정식 메뉴와 각 코스별 와인과 함께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해파리냉채와 홍어찜의 게시피를 소개하고자 한다.

<장효덕·와인 전문가>
문의 (562)335-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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