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노인 ‘약’ 오용 심각
2008-12-29 (월)
▶ 궁합 안 맞는 약 섞어먹고렬1맙?나눠먹고…
박우권(67·가명)씨는 얼마 전 저혈당으로 계단에서 쓰러져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 응급실 신세를 져야만 했다. 벌써 5년째 당뇨병으로 투병하며 단 한 번도 검진을 거른 적이 없는 박씨가 쓰러진 이유는 의사의 처방 없이 임의로 당뇨 치료제와 고혈압 약을 섞어 복용했기 때문이다. 박씨가 복용한 고혈압 약이 혈당 수치에 변동을 주는 부작용을 일으켰던 것이다. 박씨는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 약을 함부로 복용하면 안 되는지 몰랐다”며 “예전에 먹었던 약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약물을 함부로 혼합해 복용했다가 건강상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한인 노인들 사이에 잇따라 발생,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고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 중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고 여러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아 약을 함께 복용하거나 같은 병을 앓는 지인들끼리 처방약을 교환해 먹다가 병이 악화되는 등 상당수 한인 노인들이 ‘약물 오남용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한인 의사들에 따르면 특정 약을 섞어 복용할 경우 약에 포함된 성분들끼리 부작용을 일으켜 병의 치료는커녕 신체에 무리를 줘 자칫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김세진 가정의학 전문의는 “대부분 한인 노인들은 평균 4~5개의 약을 섞어 복용하고 있지만 약물 오남용의 부작용이나 약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정보 습득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문제로 병원신세를 지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방국립보건원(NIH)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 중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을 섞어먹는 경우는 25명당 1명꼴로 발생하고 있으며 노인 남성의 경우 10명당 1명꼴로 치명적인 배합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섞어 복용할 경우 치명적인 약물은 ▶혈액 용해제(Warfarin)와 아스피린 또는 마늘 추출물(garlic pills) ▶아스피린과 은행 추출물(ginkgo capsule) ▶혈압약(lisinophil)과 심장약(칼륨 potassium) ▶콜레스테롤 약(statin)과 니아신(niacin, 니코틴 산) 등이 있다.
<심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