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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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건강- 장수의 비결(2)

2008-12-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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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이 가족 병력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90세를 넘게 사셨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모두 90세 가까이 사셨다”던지 “나의 부모 중 어머니 쪽은 모두 80대 후반 이상을 사셨지만 아버지 계통은 많은 성인병을 가지고 사시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환자들과의 이러한 대화를 듣다가 보면 후천적인 건강관리 이외에도 유전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장수집안에서 내려오는 비결이 있을 수도 있다.


건강한 식생활법이나 활동량이 많은 생활방식, 남을 돕거나 서로에게 화내지 않고 격려해 주는 집안 분위기는 후천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러한 이야기도 환자들로부터 듣는다. “나의 아버지는 평생 골초로 살았지만 90세 이상을 살았다”는 이야기도 듣고 어떤 분은 평생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음식조절도 하지 않았지만 80대 후반인데도 정신적·신체적으로 노화로 인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살고 있는 분도 있다. 이는 선천적으로 노화를 억제하는 유전자를 타고 났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에 발간된 한 뇌신경학 저널에 실린 내용을 보면 115세에 사망한 네덜란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녀는 평생 몸무게를 105파운드로 유지하고 사망하기 직전까지 치매나 성인병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살아생전에 노화를 연구하는 의사들의 관심의 중심에 있었는데 그녀가 사망한 후에 뇌조직을 과학자들이 연구하도록 허락을 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그녀의 뇌는 50세나 젊은 사람의 뇌보다도 젊었다는 것이다.

또 놀랍게도 최장수(90세 이상)하는 사람들을 연구하다 보면 적지 않은 수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고 있고 나이가 아주 많아서까지 술이나 담배를 피우는 경우를 본다.

유전적인 면이 인간의 수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또 다른 예다.


따라서 인간의 노화에 따라서 어떤 질병이 발생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어떠한 유전자가 노화를 억제하는 등 초장수와 관계가 있는지를 밝혀서 의학에 응용할 수 있다면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인간의 수명을 마음대로 늘리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계속>

이영직
<내과전문의>

문의 (213)383-9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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