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도·당도 높아야 묵힐수록 제맛

2008-11-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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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수명과 저장

너무 오래돼 라벨조차 너덜너덜한 와인을 맛보는 상상을 해 본 일이 있는가?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년의 세월을 거뜬히 이겨낸 위대한 와인은 과연 어떤 맛일까. 분명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강하고 거친 젊은 청년과 같은 와인이었으리라. 그러나 오랜 세월의 무게와 끊임없는 숙성을 통해 현숙하고 지혜로운 중년 남성과 같은 멋을 풍기는 조화롭고 훌륭한 와인의 맛을 낼 것이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와인 열풍이 불면서 와인 셀라나 저장고에 와인을 보관해 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투자용으로 와인을 저장하거나 전문 와인 저장소에 맡기는 사람들도 있다.


포도 작황 좋은 해 와인
오래 저장할수록 맛 성숙



와인은 무조건 오래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일반적으로 와인은 오래 저장하면 맛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레드와인은 맛이 무거운 와인으로 태닌 성분이나 산도, 알콜, 당도 등이 상당히 많은 와인은 오래 저장할수록 맛이 좋아진다. 하지만 작황이 좋지 않은 해의 와인은 오래 보관하면 와인의 힘이 약해져 점점 밋밋한 술이 되어버리므로 저장하기보다는 빨리 마셔버리는 것이 좋은 것이다.


◆와인과 유효기간

와인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가 무조건 오래된 와인이 비싸고, 맛이 좋다는 선입견이다. 오래된 와인이 희소가치 때문에 상징적 의미로써 비싼 값에 거래되거나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오래된 와인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와인도 음식의 하나이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있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변질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와인을 저장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와인의 유효기간이다. 와인은 발효가 끝난 후 점점 숙성되면서 원숙한 맛을 유지하다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점점 맛이 노화되고 마지막엔 부패되는데 그 기간이 유효기간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수명은 포도 품종과 양조 기술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즉, 생산 지역과 품종, 제조방법에 따라 숙성시기와 맛이 다르다. 특별하게 고급 와인을 골라야 한다면 선택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포도의 수확 연도를 기록한 빈티지 차트를 참고로 생산지와 품종, 생산시기에 따라 가장 맛이 좋은 시기를 선택하면 충분하다.


◆저장 가치가 있는 와인을 고르는 법

▲레드 와인

일단 저장 가치가 있는 레드와인을 고를 때는 맛이 무거운 와인을 골라야 한다. 즉 태닌 성분, 알콜, 산도, 당도 등이 상당히 많은 와인을 말한다. 이러한 와인은 오래 저장할수록 맛이 좋아진다. 둘째, 포도의 작황이 좋았던 해에 만들어졌던 와인이라야 오래 저장할 수 있다. 레드와인으로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 와인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작황이 좋지 않은 해의 와인은 오래 보관하면 와인의 힘이 약해져 점점 밋밋한 술이 되어버리므로 오래 저장하기 보다는 가능한 빨리 마셔 버리는 것이 좋다. 특히 햇와인으로 금방 먹기 위해 출시한 와인인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는 오래 숙성해서 마신다면 겉절이 김치를 익혀 먹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화이트 와인

화이트와인인 경우에는 포도의 당도와 산도도 상당히 높아야 오래 저장할 수 있다. 오래 저장하면서 와인의 산도가 점점 낮아져 여러 가지 다른 맛과 조화를 이루어 마시기에 좋은 산도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와인의 예로는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와 아이스바인(Eiswein), 프랑스의 소테른느(Sauternes) 지방의 와인과 헝가리의 고급 토카이(Tokaji)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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