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 싸웠다 연아 마틴

2008-10-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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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90표, 3%차 아쉬운 패배

집권당 후보로 전격 출마해 한국계로는 첫 연방 하원 등원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점쳐지던 연아 마틴 후보(뉴웨스트민스터-코퀴틀람)가 현역 돈 블랙(Dawn Black, 신민당)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15일 오전9시 현재 캐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신민당 돈 블랙 후보가 2만788표(41.8%)를 얻어 1만9,298표(38.8%) 득표에 그친 연아 마틴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14일 저녁7시 투표 종료와 동시에 코퀴틀람내 한 호텔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 결과를 함께 보기 위해 모인 약 200명의 한인과 보수당 관계자들은 개표 초반 마틴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현장 집계가 보도될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를 치며 기뻐했으나 이후 득표차가 10% 가량 벌어지자 심각한 표정으로 개표 중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다.

또한 각 투표소에서 올라온 현장 개표 상황이 행사장에 속속 도착하면서 뉴웨스트민스터 지역에서 의외로 선전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일부 지지자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된다며 기대를 부풀리기도 했다.


1위 후보와 득표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밤 9시 경 흥겨운 음악과 함께 마틴 후보가 행사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후보와 일일이 포옹을 나누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마틴 후보도 가벼운 마음으로 파티에 즐기러 왔다고 웃음을 띄면서도 상기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잠시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마틴 후보는 이 자리까지 설 수 있던 것은 전적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지지자 여러분의 덕이라며 자기 일처럼 많은 것을 도와주신 한인 여러분께도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낙선 인사를 대신했다.

자리에 함께 한 맥신 윌슨 코퀴틀람 시장은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웨스트우드 지역구로 출마했으면 쉽게 이겼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인단체 관계자는 한인에게 주어진 큰 기회라 발벗고 도와주고 싶었으나 (한인이) 너무 나서면 지역구민에게 오히려 반감을 살까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유세에 참여했던 일부 지지자들은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개표 중반 넘어서도 역전을 기대했으나 블랙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방송이 나오자 머리를 저으며 낙담하기도 했다.

마틴 후보는 어젯밤 3시간 밖에 못 잤지만 좋은 꿈을 꾸기도 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단 며칠이라도 푹 쉬고 싶다고 유세기간 내내 쌓였던 긴장을 털어놨다. 또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만큼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무슨 일이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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