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웨스트민스터-코퀴틀람 방패와 창 대결

2008-10-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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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민 블랙 “2년반동안 지역구에 헌신”

▶ 보수 마틴 “정책 결정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 뽑아야”

10.14 총선을 맞아 한인 거주지역의 주요 후보와 만나 지역구 현안과 연방 정치무대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첫 번째로 뉴웨스트민스터-코퀴틀람 지역구에서 3선에 도전하는 돈 블랙(Dawn Black, 신민당)의원 및 한국계 연아 마틴(Yonah Martin, 보수당) 후보의 ‘방패와 창’ 대결이다.


■신민당 돈 블랙 의원

- 지난 의정활동 중 가장 자랑스러운 기억은?
“장애인에 대한 감세 지원, 종군 위안부에 대한 사과 요구 결의안 통과, 신민당내 국방위원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 논의 등 많은 일을 해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지역구민과 늘 함께 해왔다는 점이다. 2년반 동안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 시민들이 500명을 넘는다. 주말을 빼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역구민이 찾아온 셈이다. 이민 문제, 세금 문제 등 다양한 민원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해왔다.”


- 지역구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가.
“서민층이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모든 물가는 다 오르지만 생활수준은 계속 떨어진다. 임금이 작으니 맞벌이해야 하는 데 탁아소에 보낼 여력도 없다. 뉴웨스트민스터내 한 개 밖에 없는 세컨더리 스쿨의 시설도 열악하다. 그런데 보수당 하퍼 정부는 막대한 흑자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보다는 대기업에만 편중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는 서민의 나라다. 서민이 잘 살아야 한다.”

- 지역구에서 여당의원이 나오지 못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주장도 있다.
“발전이 더 되고 덜 되고의 기준을 누가 정하나. 우리 지역구 주민은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고 단결력도 강하다. 다만 주요 정책과 혜택이 일부 지역에만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오타와에서도 많은 경우 야당 의원이 더 크고 강력하게 의견을 주장한다. 야당 의원은 정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에버그린 라인에 연방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미 400만달러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물론 말은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문서를 통해서 보장한 것이 없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에버그린 라인도 첫 발표가 난지 내년이면 10년째인데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았다. 구체적 실행 의지를 보여달라.”

- 왜 신민당을 지지해야 하나.
“소시민, 서민을 위하는 공약과 정책이 당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돈을 벌었다고 하는 데 각 가정에서 피부로 와닿는 것은 빈부격차와 이로 인한 가정 해체뿐이다. 신민당 만이 불평등과 부의 편중을 막을 수 있다.”

- 신민당 잭 레이튼 총재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현실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세금을 걷는 것 못지 않게 어떻게 지출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보수당은 세금을 거둬 대기업과 부유층에만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 신민당의 공약은 어려움에 빠진 제조업과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균형잡힌 지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수당 연아 마틴 후보

-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유세하느라 힘이 많이 들겠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자나.
“처음엔 5시간 정도 잤는 데 어느 한국 분이 그러시더라, 예전에 대학 들어가려면 4당5락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그 다음부터는 4시간을 안 넘긴다.(웃음)”


- 정치인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한인 핏줄을 가진 캐나다인으로서, 그리고 동양계 여성 정치인으로서 지금까지 중간자 역할을 잘 해왔다고 자부하지만 때로는 중간에 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양국의 문화가 다르고 성별에서 오는 차이도 크다. 이들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리고 식구에 미안하기도 있다. 저녁에 각 가정을 찾아다니며 인사하다 보면 앞치마를 두르고 저녁상 차리다 나를 맞는 주부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봐주고 계시는 딸아이(키아나 마틴,13)가 생각난다. 저녁은 먹었는 지, 숙제는 다 마쳤는지 걱정도 되고…. 미안한 마음에 전화 통화라도 자주 하려고 한다.”

- 지역구의 최고 관심사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역구내 양로원이나 병원의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한인타운도 재개발 여지가 많다. 물론 주정부가 이 문제와 더 직접적으로 관련되겠지만 필요한 돈이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비단 우리 지역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경기 불확실의 우려가 크다. 세상 굴러가는 모든 이치가 그렇듯이 현실적으로 재정적 부담이 크면 그 사회는 잘 돌아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수당의 경제 정책이 캐나다를 미국의 경제 부진과 다르게 이끌고 있으며 현실성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밖에 영어가 익숙치 않은 분들의 의사소통, 고령화 문제. 범죄 문제도 중요한 문제다. 특히 범죄에 강력하게 대처하자는 보수당의 정책에는 교사로서의 경험상 전적으로 동의한다.”

- 신민당 돈 블랙 의원이 지역구내에 건설 예정인 에버그린 경전철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이 필요액의 1/10 수준인 6,70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는 데.
“신민당이 일부분만 부각시킨 것 같다. 공사에 필요한 5억 달러중 6,700만달러는 올해 지원분만 계산한 것이다. 보수당 정부는 4억1,7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 블랙 의원이 에버그린 라인에 관심이 그렇게 높다면 주무부서인 케븐 팰콘 BC교통부장관에게 한 마디만 물어보면 된다. 확인도 안하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소득 수준이 다른 포트 무디와 뉴 웨스트민스터 주민들이 마틴 후보에 거는 기대도 다르지 않을까.
“지역에 관한 추진 사업 중 구체적인 것은 주정부와 기초단체 소관이지만, 연방정부에서 내 역할은 어느 지역에 대한 정책을 세우든지 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과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캐나다 경제와 직결된다.”

- 시의회나 주의원을 역임했더라면 연방 정치무대로 나가기 더 편했을텐 데.
“내가 정치에 뛰어들겠다고 해서 시작된 일이 아니다. 보수당에서 소수 민족을 대표할 사람을 찾고 있었고, 마침 한인 2세와 캐나다사회를 연결하는 C3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던 내가 눈에 띄었다. 정치를 결국 추진과 협상, 타결로 놓고 볼 때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정치 훈련을 착실히 하지 않았나 싶다.”

- 선거판에서 맞붙게 될 상대 후보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말해달라.
“경험은 돈을 주고도 못산다는 점에서 우선 신민당 돈 블랙 의원의 다양한 경력을 높이 산다. 또한 매우 강한 여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민당을 대표한다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라고 본다. 오타와에서 신민당은 제1야당도, 제2야당도 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유당의 미셸 하센(Sassen) 후보는 젊고 매우 똑똑하다. 그러나 아직 사회경험과 인생 경험이 부족한 면이 있다.”

- 한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어느 한인 2세가 나에게 그러더라. 한인 사회를 보면 복잡하면서도 텅 빈(noisy and absent)한 느낌이라고. 한인 사회는 늘 시끌벅적하지만 캐나다 주류사회에서는 단 한번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본 적이 없다. 제 목소리를 내려면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참여’다. 이번 선거에서 어느 당이던 투표소에 나가는 것이 참여를 위해 매우 중요한 시작이다. 더불어 나를 지지해준다면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뉴웨스트민스터-코퀴틀람 지역구 의원이자 한국계 의원이 되겠다.”

/이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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