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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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한국어 함께 배우니 머리에 쏙쏙”

2008-09-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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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32 초등교 한영 이원언어 수업현장을 가다


일반 공립학교의 모든 교과과정을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배우는 교실. 바로 3년 전 미동부 최초로 플러싱 PS 32 초등학교에 개설된 ‘한영 이원언어(Dual Language) 프로그램’의 수업 방식이다.

지난 2일 입학한 제3기 유치원생들은 본보가 수업현장을 찾은 25일로 이제 겨우 등교 18일째를 맞았다. 아직은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수업하는 일이 낯설고 친구들과 장난치고 노는 일이 더 기다려지지만 그래도 영어 알파벳과 한글의 모음자음을 노래로 익히며 단어로 연상시키는 수업을 마치 놀이처럼 즐기고 있었다.


선생님의 모자 색깔에 따라 하루는 한국어로, 다음 날은 영어로 번갈아 수업하며 학생들은 어느새 한국어와 영어를 자연스럽게 교차 사용하며 또래보다 더 많은 단어와 표현력을 지닌 실력파로 커나가고 있다. 이는 2기 입학생인 1학년 교실과 1기 입학생인 2학년 교실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영 이원언어 수업을 1년간 받고 1학년에 진급한 학생들의 영어 및 한국어 작문 실력은 영어로만 수업 받아 온 다른 학급 또래보다 최소 2~3배 앞선다. 1학년 담당 이혜인 교사는 “일반학급의 1학년생들은 학기 초의 거의 모든 시간을 영어 알파벳을 다시 복습하는데 할애하기 일쑤다. 하지만 한영 이원언어 학급생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거의 완벽한 문장을 갖춰 3쪽 이상의 글을 무난히 쓸 수 있을 정도”라며 학생들의 작문폴더를 자랑스럽게 펴보였다.

2학년 교실은 더욱 활기차다.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자연스럽다보니 한국어로 수업하는 날 영어가, 영어로 수업하는 날 한국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교사는 때로 학생이 엇박자 언어로 발표하더라도 일단 먼저 발표를 계속하게 한 후 다시 그날의 사용언어로 또 한 번 발표하도록 해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한영 이원언어 학급은 한국어권과 영어권 학생들이 반반씩 섞여있으며 서로가 자신 있는 언어를 다른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며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어 한국에서 갓 건너온 이민자 학생들도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갖고 빠른 적응을 보이는 것이 장점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영어권 학생들도 한국어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며 뿌리교육을 겸할 수 있어 모두에게 이로운 교육이 되고 있다.

현재 3개 학년 학급에는 한인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 중 한 명이 타인종인 한국계 학생 및 중국과 일본 생활권에 있던 학생 등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함께 교육받고 있으며 영어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매주 월~수요일 방과후 보충수업도 제공된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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