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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 상식-경비원의 행위와 회사측 책임

2008-09-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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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시큐리티 회사인 A사는 여러 빌딩에 시큐리티 가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사는 가드를 채용할 때 신원조회를 실시해 시큐리티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또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A사가 소속 시큐리티 가드인 B의 행위 때문에 큰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다. B가 경비 업무를 하고 있는 건물에서 여성 청소부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청소부 C는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B가 들어와 자신을 희롱하기 시작했고 약 10분 동안 나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온 뒤에야 B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었고, B는 폭행혐의로 형사 기소돼 기소 내용을 인정했다.

C는 고용주는 고용계약의 범위 내에서 피고용인(직원)의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원칙(respondeat superior)에 의거, 형사재판과는 별도로 A사와 B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B를 상대로 보상판결이 내려져도 그가 이를 지불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회사측을 소송하는 것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C는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A사는 B가 C를 상대로 한 행위에 대해 개인적 책임은 있을 수 있지만 ‘고용의 범위’를 넘어서는 직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회사측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C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A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가상의 사례와 유사한 실제 케이스에서 법원은 시큐리티 가드의 폭행행위는 “시큐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측의 비즈니스의 어느 특정 측면과도 관련돼 있지 않으며 사실상 시큐리티 가드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와 정반대의 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시큐리티 가드의 업무 특성에 가드가 성폭행을 저지르리라고 예측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고 판시했다. 시큐리티 가드가 청소부를 성폭행한 이유가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은 건물과 입주자들을 보호하는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사건 전까지는 A사가 B를 채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낄만한 점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B가 범죄로 체포된 전력이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기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B는 채용 전에 A사가 실시한 신원조회도 통과했고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근무기록도 좋은 상태였다.

비록 A사가 B씨의 행위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고용주는 이 소송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변호사 비용을 써야 했다. 이같은 사례는 사업주가 법적 의무와 적절한 안전조치를 다 하더라도 손실이 큰 소송에 휘말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호 <변호사>
(213)388-9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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